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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라기 - 처음으로 문명을 본 南洋의 추장 투이아비 연설집
에리히 쇼일만 지음, 최시림 옮김, 이성표 그림 / 정신세계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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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휴가 기간(8월초)에 10일간 대학생 친구들과 함께 '4대강 사업 반대' '지리산 케이블 카 반대' 를 외치며 지리산·낙동강 도보순례를 다녀왔다. 
 

10일간 세상과 동떨어져 자연 환경과 함께 하는 것은 요즘 20대들에게 매우 힘들었다. 땀에 젖은 T셔츠를 입고 하루 종일 활동하기, 대부분 이동을 걸어서 하고, 물수건으로 샤워하기 등 하루하루가 불편한 삶의 연속이었다. 도시에 있으면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물에 샤워도 마음껏 하고, 먼 거리는 자동차를 통해 이동할 수 있고, 더우면 에어콘과 선풍기를 틀 수 있는데 말이다. 
 

활동 초반에는 많은 참가자들이 이런 이유 때문에 힘들어 했다. 하지만 활동의 후반기로 넘어오자 새로운 희열을 느끼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땀의 개운함을 느끼게 되었고,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고, 하루하루 먹고 살 돈을 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등 우리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성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활동이 끝나고 이틀 만에 시간에 쫓기고 돈에 치이는 도시 생활로 돌아왔다. 나의 생활 조건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시간과 돈 등에 치이는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씁쓸하였다.

 

문명세계의 사람들 - '빠빠라기' 
 





  
<빠빠라기-에리히 쇼일만> /정신세계/
ⓒ 정신세계
빠빠라기





20세기 초 문명의 세례를 받기 전 사모아 섬의 투이아비 추장은 서양의 문명 세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추장은 서양 문명을 보고 서양 사람들에게 '빠빠라기' 라는 호칭을 붙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을로 돌아와 부족민들에게 문명인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연설을 하게 된다. 
 

독일인 에리히 쇼일만은 추장 투이아비와 1년 이상 함께 기거 하며 추장이 마을 사람들에게 연설하는 내용을 기록하게 된다. 문명의 세례를 받기 전인 원시 원주민의 연설은 매우 소박하고 원시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에리히 쇼일만은 비문명인인 그들이 지적한 것이 문명인들의 삶을 성찰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1920년 연설문을 독일어로 번역하여 <빠빠라기> 라는 책을 출판하게 된다. 
 

"이웃집 사람이 죽어도 무관심한 사람들"


 

추장 투이아비는 문명세계에서 본 빠빠라기들의 생활 방식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관찰하며 비판한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 집, 소유와 돈, 시간에 쫓기는 생활, 직업, 사유 등 문명인들이 당연시 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얘기 한다. 이 글을 통해 몇 가지 소개 하고자 한다.
 

먼저 문명인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해 추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들이 가까이 있는 이웃에게 얼마나 무관심한지 알 수 있다.  
 

"각각의 아이가(가족)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통 이웃집 일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전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마치 벽 하나 사이에 마노노섬과 아폴리 섬과 사바이 섬, 그리고 넓고 넓은 바다가 가로놓여 있기라도 한 것처럼."
 

두 번째, 추장의 시선에서는 돈을 둥근 쇠붙이와 묵직한 종이로 묘사하며 돈을 탐하면 탐할수록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말한다. 
 

"돈으로 사람이 즐거워지거나 행복해지는 일은 없다고, 그렇기는커녕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사람의 모든 것을, 나쁜 다툼 속으로 끌어넣고 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돈은 한 사람의 인간도 진짜로 구제하지는 못한다. 돈이 한 사람의 인간도 즐겁게, 억세게,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세 번째, 시간에 쫓겨 살고 그것을 단축시키는 삶의 방식을 끊임없이 만들고자 하는 빠빠라기들을 추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빠빠라기는 시간을 되도록 빡빡하게 쓰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시간을 멈추어두기 위해 물을 이용하고 불을 이용하며(수력 또는 화력발전), 폭풍우나 하늘의 번개를 사용한다. 빠빠라기는 시간을 이용해서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나로서는 아무리 해도 그것을 알 수가 없다. (중략) 우리들은 아직 한 번도 시간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은 적이 없고, 때가 오면 오는 대로 그저 때를 사랑해왔다. 시간을 윽박질러 다그친 적도 없거니와, 쪼개어 산산조각을 내려고 한 적도 없다. 시간으로 고통을 겪은 적도 없거니와, 시간으로 고민한 적도 없다."
 

90년 전의 추장의 연설문 아직 유효하다
 

<빠빠라기>를 읽고 나서 조금 씁쓸했다. 약 100년 전에 얘기 했던 사실이 지금은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만 보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서울 강남에 사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하고, 하루하루 시간에 쫓겨 주위 이웃이 자살해도 무관심하고, 자연 환경을 파괴하여 토건업자들의 배를 채우려는 사건들이 우후죽순 발생하고 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 등 현재와 같은 사회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역사와 환경이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의 흐름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질 수 있고, 가난한 사람들은 가진 자들의 화려한 삶을 동경하게 하려고 한다. 
 

<빠빠라기>는 현재와 같은 시대의 흐름 속에 매우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투이아비 추장은 자신의 마을 부족 사람들에게 문명인들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들의 생활을 지키자고 연설하였다. 우리는 추장의 연설을 통해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 추장의 연설은 어떻게 하면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을 뛰어 넘어 새로운 삶을 방식을 구성할 것인지 고민을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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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 현대예술에 대한 거침없는 풍자
에프라임 키숀 지음, 반성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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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예술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본 것은 2008년 부산 비엔날레 때였다. 부산비엔날레에 가게 된 계기는 동아리 친구들이 “우리 동아리도 문화생활 좀 같이 하자.” 라는 의견이 나와 가을 나들이로 미술관에 가게 된 것이다.

현대 예술이라고는 무외한인 나는 작품 하나하나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작품 앞에서면 경직된 사고를 탓하기 바빴다. “현대예술은 무슨 의미를 찾으려고 하면 안되.” 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며 진지한 표정으로 작품을 감상했었다.

하지만 모든 작품을 감상하고 나와 친구들과 짧게 소감을 나누는 자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뜻밖의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현대 예술이 작품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면 안 되지만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 현실과 작품을 보는 대중들에게 너무 괴리감만 주잖아.”, “도대체가 현대예술을 보고 극찬한 비평가들이 이해가 안 되. 꼭 현대예술 작품에 대단한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있나? 내가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데 말이야.”, “그들만의 리그같이 안보이나? 대중들은 예술품을 보고 불편한 감정을 가지게 하고 말이야.” 등 대부분 현대예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많이 나왔다.

관객 없는 현대 예술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저자 에프라임 키숀은 이 책을 통해 현대 예술에 대한 거침없는 풍자를 쏟아 낸다. 그 중 현대 예술은 관객을 소외 시키고 비평가들의 고귀한 취미로 전략하고 있는 세태에 대해 비판한다. 먼저 현대 예술에서 나타나는 비평가들의 리그에 대해 언급을 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현대 예술을 해석하기 위한 용어에 대한 얘기한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이런 미술 용어들을 모으면 물론 사전 한권을 모두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노리는 의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표현들을 사용하여 장황하고도 무의미한 마라톤-설명을 통해 예술 애호가들을 지치게 만들고 결국에는 포기하게 한 후 자기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이라고 마음속으로 인정하도록 만들거나, 아니면 귀가 멍할 정도의 소음으로 마비시켜 놓고는 이제는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비평가들이 현대예술에 대해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용어 뿐 만이 아니다. 언론/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비평가들은 현대 예술 작품의 의미를 과장하며 시대의 혼란을 표현한 대단한 것으로 평가한다. 대단한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 관객은 예술 작품을 감상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며 소외시키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작품이나 자신의 예술을 감상하는 관객에 대한 사랑 없이 진정한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을 위하는 배려나 애정이 빠지게 되면 이기주의나 오만, 허영심, 아니면 효과만을 노리는 마음만이 중요하게 된다. 예술은 관객이 작품에 접근할 수 있고, 인간의 영혼과 정신에 호소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가능할 수 있다. 예술은 그림을 보는 관객에 의해 비로소 생겨나는 것이다.”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관객이 소외 되어 있는 충격적, 도발적인 현대예술 작품은 2010년 지금 현재에도 많이 생성 되고 있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비평가와 예술 전문 집단, 부유층들을 만족시키고 그들만의 예술 감상을 위한 작품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피카소와 같은 현대 예술은 대가들이 충격적, 도발적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피카소가 남긴 유언을 통해 저자는 밝히고 있다.

“대중들은 예술 속에서 더 이상 위안도 즐거움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세련된 사람들, 부자들, 무위 도식자, 인기를 쫓는 사람들은 예술 속에서 기발함과 독창성, 과장과 충격을 추구했다. 나는 내게 떠오른 수많은 익살과 기지로 비평가들을 만족시켰다. 그들이 나의 익살과 기지에 경탄을 보내면 보낼수록, 그들은 점점 더 나의 익살과 기지를 이해하지 못했다.(중략) 나는 단지 나의 시대를 이해하고, 동시대 사람들이 지닌 허영과 어리석음, 욕망으로부터 모든 것을 끄집어 낸 한낱 어릿광대일 뿐이다.”

피카소의 유언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비평가들이 말하는 현대 예술의 예술성은 허구 라는 것이다. 현대 예술이 충격적, 도발적 작품을 만들었던 것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혼란, 욕망, 허영, 어리석음을 예술이라는 형식을 통해 조롱하고자 했던 것이다.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현대 예술은 감상하는 현대인들은 경직된 사고와 신체를 조롱했던 작품 앞에 찬사를 보내고 비싼 돈을 지불하며 작품을 사기도 하는 등 숭배 하는 게 급급했던 것이다.

현대 예술 작품 앞에서 그 작품의 대단한 의미나 비평가들의 해석을 찾아내기 전에 내 안에 숨은 찌질한 욕망과 허영심을 한 번 찾아보는 건 어떻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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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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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받는 다면 현대인들은 ‘권리를 침해 받지 않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의 공정한 도리’ 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것은 근대 정치 철학에서 제기한 권리와 자유의 문제가 현대 사회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에 자유와 권리의 문제를 집중한 것은 중세 시대 신에 예속되어 개인이 공공의 선에 희생되는 것에 대한 반론이었다.

하지만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쓴 하버드 정치철학 교수 마이클 샌델은 정의를 자유와 권리의 문제로 한정시키는 것은 잘못 되었다고 주장한다.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 : 첫 째, 공리주의

마이클 샌델은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식을 고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 가지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현재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구제금융, 소득불평등, 소수집단우대정책, 병역, 동성혼 등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행복극대화의 문제부터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대표적인 공리주의자들의 입장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이라는 주장을 통해 모든 것이 다수의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 정당함을 언급했다. 즉 개인의 권리와 자유의 문제는 다수의 행복에 따라 희생 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저자는 공리주의는 정의를 규정함에 있어 치명적인 두 가지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 째는 정의와 권리를 원칙이 아닌 계산의 문제로 만든다는 점이고, 둘째는 인간 행위의 가치를 하나의 도량형으로 환산해 획일화하면서 그것들의 질적 차이를 무시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었는데 정의롭지 않다고?

책의 2강에서 공리주의의 입장을 고찰한 이후 정의에 있어 자유와 권리의 문제를 지적한 자유지상주의, 롤스, 칸트의 정치 철학에 대해 서술한다.

먼저 자유지상주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저자는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의 수입과 관련된 예를 든다. 자유지상주의의 입장에서는 마이클 조던의 수입은 뛰어난 농구 실력을 가졌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에 따른 부의 축적은 다수의 행복을 위해 희생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공리주의를 ‘자유’의 논리로 반박한다. 그리고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칸트와 롤스는 단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해서 정의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정의의 문제에 있어 개인의 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의 무분별한 선택의 자유를 비판하며 공정한 출발을 하기 위한 보편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유와 권리문제를 지적한 근대 정치 철학의 한계 또한 지적한다.

“자유이론은 권리를 진지하게 다루고, 정의는 단순한 계산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자유에 기초한 이론들 사이에서도 ‘어떤’ 권리가 공리주의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중시되어야 하는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근본 권리로 존중받아야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이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 이론들은 존중받을 권리를 가려내기 전에, 사람들의 기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적 삶에서 드러내는 취향과 욕구에 의문을 품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정의는 미덕 그리고 좋은 삶

공리주의와 자유와 권리를 주장한 근대 정치 철학자들을 비판하며 저자는 마지막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 철학에 대해서 소개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의 문제에 있어 미덕과 좋은 삶에 대한 부분이 고민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첫 째는 정의는 목적론에 근거한다. 권리를 정의하려면 문제가 되는 사회적 행위 ‘텔로스(telos: 목적, 목표, 본질)를 이해해야 한다. 두 번째는 정의는 영광을 안겨주는 것이다. 어떤 행위의 텔로스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거나 논한다는 것은, 적어도 어느 정도는, 그 행위가 어떤 미덕에 영광의 포상을 안겨줄 것인가를 추론하거나 논의하는 것이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 철학에 주목하여 정의란 무엇인가 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으레 생기게 마련인 이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그리고 정의는 영광과 미덕, 자부심과 인정에 관한 대립하는 여러 개념과 밀접히 연관된다. 정의는 올바른 분배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의란 공동선을 함께 추구하는 것

끝으로 저자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도덕과 영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공동선이 추구되는 새로운 정치 체제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정의로운 사회에는 강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기 위해 시민의 의식, 희생, 봉사 정신을 고양 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극복하고 불평등, 연대, 시민의 미덕을 추구하기 위한 현실 정책이 필요하며, 도덕에 개입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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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달인, 호모 아르텍스 - 구경은 됐다, 신나는 나만의 예술하기!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4
채운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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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모네에서 피카소까지>라는 미술 전시회에 다녀왔다. 휴일에 가서 인지 매표소 앞에 대기하는 사람들의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쪽을 보니 역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 줄 앞을 보니 작품을 해설하는 오디오를 빌려준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미술 큐레이터가 설명하는 작품의 해설 오디오를 빌리려고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시장 안에는 많은 커플들이 있었고 남자들은 여자친구에게 인터넷에서 필기해온 작품 해설을 설명 하느라 분주했다. 옆에 있던 초·중·고 학생들은 작품 감상은 뒤로 한 채 그림 이름과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해설을 받아적느라 분주했다.

전시회 풍경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한국에서 예술 하는 것은 전문가 집단의 작품 해설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었다. 결국 예술은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 숨쉬는 것이 아니라 그들(전문가집단)만의 리그에 동참하기 위해 소비되고 있는 것이었다.

구경은 됐다, 신나는 나만의 예술하기!  

 <호모 아르텍스> <예술의 달인, 호모 아르텍스>(채운 저, 그린비 펴냄)의 저자 채운씨는 예술은 전문가, 천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위대한 예술가는 그들이 남긴 작품 때문이 아니라 그 작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때문에 위대하다.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고민하고 실패하고 절망하지만,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그 순간에 그들이 어떻게 삶을 긍정하는지, 어떻게 장애물을 뛰어 넘는지를 배우자.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느끼고, 어떻게 세상에게 말을 건네는지를 배우자. 허무한 천재 예찬 대신 우리 스스로 천재를 배우고, 천재가 되자!"

저자는 천재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은 예술에 대한 오해라고 지적하며 예술의 달인으로 향하는 길에 대해 말한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예술에 대한 우리들의 오해, 2부 예술, 우리들의 크고 단단한 웃음, 3부 예술-하기 아직 오지 않은 우리들의 예술로 나뉜 책은 예술을 새롭게 얘기하고 있다.

1부에서 작가는 예술이 천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어 2~3부에서는 우리가 모르고 있던 예술의 기능과 가능성에 대해 얘기한다.

특히 예술을 사랑에 비유하는 장면은 인상 깊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을 하면 그 사람에 대한 소유욕이 생겨난다. 하지만 소유욕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해 관계를 그르친다. 사랑은 내가 원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행위인 것이다.

"예술을 한다는 건 단지 무언가를 표현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표현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삶을 변화시키는 행위다. 즐거운 예술은 세계를 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병을 치유하고, 지긋지긋한 삶에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사랑이 소유가 아니라 다른 존재와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그런 '예술-하기' 보다 더 지독한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저자는 책에서 장 뒤뷔페 얘기를 하며 예술하는 것은 자신을 치유하기 위한 회복제로서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장 뒤뷔페는 박물관 작품보다 아마추어 미술에 열렬히 옹호했다. 유명 작품을 보기 위해 박물관에 모여드는 우리네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얘기이다. 장 뒤뷔페가 아마추어 미술를 옹호한 이유는 예술이라는 것이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말하고 걷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자기 자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자신을 치유하는 예술이야 말로 예술이라고 장 뒤뷔페는 말했다.

그리고 저자는 예술이 단지 삶과 사회를 반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며 1987년 6월 항쟁 당시 <한열이를 살려내라> 라는 걸개 그림을 그린 최병수씨의 예술에 주목한다.

"삶을 추방하는 정치와 삶을 회복하기 위해 싸우는 예술, 예술은 단지 삶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삶을 억압하는 것들에 분노하고, 살기 위해 싸운다. 삶, 그 한가운데의 예술."

꿈을 꾸고 함께할 친구를 찾자

<예술의 달인 호모아르텍스>를 통해 예술이라는 것은 정해진 무언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나와 타인과 사회를 이어주고, 부당한 권력에 투쟁하기도 하고, 나 자신를 치유하기도 하는 것 등 예술의 기능은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위치 속에 변화를 일을 킬 수 있는 꿈을 꾸고 친구를 찾아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하기에 도전하자고 제안한다.

"이제 예술을 다 잊어도 좋다. 중요한 건 지금까지 만난 예술가와 예술 작품이 우리에게 건네주었던 지혜와 메시지들이다. 그들이 어떻게 세상과 싸우고, 삶을 긍정하고, 기쁨을 만들어내고, 슬픔을 피할 수 있었는지, 그들이 어떻게 장애물 앞에서 절망하지 않고 넘어가는 방법을 탐구했는지,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몸짓으로 사람들을 모아서 그들과 함께 행복을 만들었는지, 그것만 남기고 모두 잊자. 그리고 잊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자.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무기를 들고, 각자의 예술을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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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3-30 17:17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
 
 
 
서두르다 잃어버린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 너무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사랑의 진실 42
고든 리빙스턴 지음, 공경희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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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되면서 부쩍 연애에 대한 고민을 얘기 하거나 듣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를 비롯해 주변에 남자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10대 때는 전혀 하지 않았던 얘기를 하게 되었다.

20대 초반, 연애를 하던 친구들이 나에게 털어놓은 고민은 백발백중 이성과의 스킨십, 성욕에 대한 부분이었다. 한 친구는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여자친구 이야기를 나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때 친구는 혼전순결을 지켜야 한다며 성욕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 하지 못하는 여자친구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

친구는 성욕에 대해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여자친구 때문에 이별을 생각하고 있었다. 얘기를 듣고 나는 여자친구가 왜 혼전순결을 지키려고 하는지에 대해 알려고 노력했냐고 질문했다. 하지만 친구는 여자친구가 성관계에 대한 입장이 너무 완고해서 그런 질문을 할 틈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리고 "혼전순결을 결심한 과거가 뭐가 중요하냐"며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 중요한 거 아니냐"고 자신의 상황을 반복해서 나에게 설명했다.

20대 중반이 되자, 친구들이 고민이 늘었다. 친구들은 스킨십 고민과 함께 상호 마음을 주고받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연애를 2년 이상 한 친구가 여자친구의 단점 때문에 자주 싸운다는 얘기를 했다. 그 친구 말에 따르면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는 여자친구의 단점이 자신을 더 좋아하면 고쳐질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러나 2년이 지났지만 단점은 고쳐지긴 커녕 그대로라고 하소연했다. 그래서 친구는 단점을 고치기 위해 여자친구에게 충고를 했지만 그런 얘기를 할 때마다 싸운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은 매일 여자친구에게 문자, 전화도 하고 선물도 사주며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상대방은 자신에게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친구는 사랑이란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천사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서두르다 잃어버린...    

미국 정신과 의사 겸 심리 상담가 고든 리빙스턴(Gorden Livingston)은 <서두르다 잃어버린, 머뭇거리다 놓쳐버린>이라는 책을 통해 연애와 사랑문제에 대해 충고한다.

그는 '너무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사랑의 진실', '서둘러 사랑에 빠지기 전에 경계해야 하는 것들', '머뭇거리지 말고 실천해야 할 사랑의 방법', '황홀한 키스 후에 찾아오는 깨달음' 등 총 4가지 주제로 나누어 사랑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총 4파트로 주제가 나누어져 있지만, 사실 책 내용은 제목에 다 나와 있다. '서두르다 잃어버린, 머뭇거리다 놓쳐버린'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서두름과 머뭇거림이라는 게 그의 말.

먼저 서둘러 사랑에 빠지기 전에 경계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 이성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누구나 그 사람과 함께 하게 될 낭만적인 관계를 꿈꾼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뒤로 한 채 상대방과 함께 나누게 될 환상을 꿈꾸는 것에 시간을 쏟는다. 그래서 연애를 처음 시작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은 자신의 일을 등한시 하고, 주변의 친구, 가족, 동료 등의 관계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아름다운 상대의 외모에만 도취되어 그 사람의 삶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저자는 사랑을 시작 할 때 타인만 바라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면 모든 것이 행복해질 거라는 환상은 과감히 버리라고 조언한다. 이런 마음은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결핍을 채워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홀로 설 수 없다면 둘이서도 함께 설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삶이 즐겁고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때만이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랑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관계인 것이다.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앞서 20대 중반이 되어서 연애를 하는 친구들이 변하지 않는 여자친구 성격과 사랑을 주지 않는 상대방에 대해 불만을 털어놨다는 얘기를 했다. 서로 너무 좋아서 연애를 시작했지만 이런 고민이 들면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에 빠진 것이다.

저자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단호히 머뭇거리다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먼저 대가를 요구 하는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더 많이 좋아하는 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방법으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각자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방식에 오해를 느끼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주고받는 것을 계산하지 않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각자의 삶과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성격이 사랑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 각자의 삶에서, 어떤 배경 속에서 상대방의 성격이 형성 되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을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로 바꾸려고 한다면 그 관계는 지속하기 힘들다. 그래서 다른 부분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서로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더 보내는 것이 성공적인 사랑으로 향하는 길인 것이다. 단 각자의 삶을 방식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조금 양보하고 타협할 필요는 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고든 리빙스턴이 제시하는 사랑에 대한 처방은 우리가 타인을 좋아하게 되면서 놓치는 부분을 조목조목 잘 설명해준다. 저자는 서두룸과 머뭇거림을 넘어서서 스스로 홀로 서서 상대방을 사랑하고 그 삶을 존중한다면 완벽한 사람이 눈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태어날 때 '사용설명서'라도 받으면 좋겠지만 그런 것 없이 우리는 인생을 살아갑니다. 육체적, 감정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방을 둘러보며,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실수를 범하기도 하며, 거기서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타인에게 거부를 당하기도 하고 뼈아픈 고독을 겪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진실한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기고 삶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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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30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06-3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란 무얼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저의 결론은 알아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사랑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서로에 대해 하나씩 알게되면서 이해와 배려를 통해 그 깊이가 더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알아주지 않는 사랑만큼 슬픈 사랑도 없을 것 같아요. ^*^

베레레 2010-07-13 16:56   좋아요 0 | URL
네 완전 공감합니다. 서로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 그걸 이해 해 가는 과정이 어렵고도 어려운 과정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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