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3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완독서평] 장길산 3권

구월산 산사람들의 순박하고 꾸밈없는 정은 그들이 앞으로 맞이하게 되는 잔인한 사건에 대하여 더더욱 가슴 아픈 마음이 들게 한다. 가족, 동료, 이웃에 대한 의리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때로는 현실에 꺾여 버린 ‘배신’의 행위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게 된다. 심지어 자진하려던 사람이 다시 살 기회가 생기자 순식간에 다짐한 마음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인간 본성의 모습을 잘 담았다고 생각하였다.

기근이 전국을 휩쓸어 팔도가 모두 굶주림과 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활빈행 녹림당의 활동이 시작된다. 관군의 입장에서는 화적당의 활동이 시작되었다고 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녹림당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일반이 아닐까?

구월산 장두령과 그 활빈당은 부자를 쳐서 곡식을 백성들에게 나누어 줌에 있어 철두철미하고 완벽했다. 김기의 지략과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힘과 검에 통달한 장정들, 거기에 힘 뿐만이 아닌 지혜가 있었고 마지막으로 그것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신뢰’가 있기에 단단했다. 속고 속이는 배우 뺨치는 연기력과 설정에 놀랐고 그것이 가능한 것은 참된 앎과 통찰이라는 것이 느껴져 모든 능력은 스스로를 갈고 닦는 배움에서 나오는 것임을 생각했다.

활빈당 활동 중 김기가 한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김기는 선비가 아니라 도인이었던 것인가?

"재물이란 예로부터 천하의 공번된 것이라, 쌓아두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쓰는 사람이 있고, 지키는 사람이 있으면 역시 가져가는 사람도 생기는 법이외다. 주인장 같은 분은 쌓아두는 사람이요 지키는 사람이라면, 우리 같은 자들은 쓰는 사람이고 가져가는 사람들이 분명하외다. 줄어들고 자라나는 이치와 차고 기우는 변화는 곧 조화의 상도라, 주인장 역시 이러한 조화 중에 한낱 기생하는 셈이지요. 어찌 자라나기만 하고 줄어들지 않으며 차기만 하고 기울어지지 않으려 하오? 그동안 힘없는 백성들 가운데서 재물을 모으는 사이에 저지른 죄는 죽어 마땅하겠으나, 본시 이러한 죄는 생명을 빼앗아 값하는 것이 아니고 그 재물을 옳게 쓰는 일로 값하는 것이라, 목숨은 보존토록 할 터이니 부드럽고 온화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시오."

한편 어느 노비 신분인 북성이는 양반놈들에게 당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일을 기억하며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이 세상 양반놈들을 모두 죽이겠다며 어둠 속에서 다짐한다. 살주계 활동을 하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주인에게 걸리고 만다. 북성이네가 당한 수치 가득한 억울한 일들과 자신마저 매맞아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가 느꼈을 절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지고 용기를 내는 그의 당당한 행동과 눈빛이 멋져 보였다.

사람으로 바로 선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희생을 요구하는 일인가.

이제야 그는 상전과 대등해진 것이다.

주인은 기르는 개가 돌연 이빨을 드러내고 짖어 대면 그때에는 의외의 분노로 마구 두둘겨대지만 다음부터는 지나친 주인 행세를 곧 포기하고 개의 개다움을 일종의 두려움과 함께 인정하는 법이다.

북성

김기의 아내가 마지막에 한 말이 있다. “이웃과 이웃이 서로를 아끼고 아무 차등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이 모든 세상에 걸쳐서 이룩되어야 한다.” 이다. 이 말이 이루어지기까지 북성이의 말처럼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일인지 생각됐고 과거의 희생의 끝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고 느껴졌다. 지금 시대의 우리 또한 바로서기 위해 희생으로 쌓아 가야하는 것이다.

활빈당과는 반대편인 관군 최형기가 마음이 허전하고 참을 수 없도록 답답해하여 생각한 부분이 있다. “정말 내가 택한 사람들은 하늘이 용납한 자들인가? 하늘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과연 어떻게 수백 년간이나 굳건하게 수천 리의 국토를 다스려왔던 것일까. 최형기는 그의 전립 꼭대기로 아득하게 뻗어나간 조정의 불가항력적인 힘과 높이를 가늠해보는 것이었다.” 그의 마음 속에 든 물음이 울림이 되어 너의 편 나의 편을 넘어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 부분이었다.

장길산 3권 마지막의 싸움은 영상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고 장길산 1,2권의 정이든 만큼 마음도 아픈 권이었다.

약하고 보잘것없는 많은 목숨을 위하여 그 의를 바쳐 스스로 희생하는 자는, 폭포를 거스르는 고기처럼 스스로의 생명력을 갖추어, 세상 물건과 자신의 목숨을 전혀 새롭고 풍부하게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장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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