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2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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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2

장두령과 결의 형제를 맺으면서 모여 앉았던 것이 3년전이다. 그동안에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강선흥이는 그 뒤 한번도 구월산에 오른 적이 없었고 우대용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다시 만나 지난 3년 동안의 묵힌 뜻을 펴나가기 위해 다시 모이게 된다.

첫째로는 우리가 활빈당이요,

둘째로는 백성들의 병졸이며

셋째로는 어지러운 나라를 평정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오.

결의내용

장길산 2권은 뿔뿔이 흩어진 각각의 인물이 3년간 어떤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지 풀어낸다. 길산은 운부대사를 만나 정좌와 수련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비록 옥에 갇혔을 때 천한 백성들의 고난을 보고 깨달은 바도 많아 입산하였지만 갑작스런 깨달음이 그를 일관되게 하지는 못했다. 생각은 앞서고 몸은 따르지 못하였다. 그러나 몇 해를 거쳐 눈보라 속 ‘범’과 편안하게 한식구가 되어 지낼 정도가 될 정도의 수련을 한다. 결의 형제를 맺은 이들과의 재회와 시작에서 한껏 성숙해지고 깊어진 장두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 나는 이제부터 수도자가 아니며,

혼자가 아니며, 광대도 아니다.

나는 지금부터 칼을 들고 일어선 도적이며,

아이를 가진 아버지며,

숱한 힘없는 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

장길산

한편 우대용은 도사공이 되어 그를 우두머리로 인정하지 못하는 사공과 물속에서 싸움을 하게 된다. 남자들의 호기 어린 싸움과 그 결과승복의 깔끔함이 멋지게 느껴진다. 리더가 될 그릇과 리더가 겪어내고 감당해야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잊혀지지 않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지금이라도 불만이 있으면 내게 말하여라.

나는 구태어 도사공직을 놓더라도

강화에 배 가진 이가 있으니 낭패가 될 것두 없다.

우대용

결의를 맺은 그들 중 갑송이는 아직 모두와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는 충격적인 가정사가 생겨버렸다. 부부의 연을 맺은 도화의 바람과 시어머니를 죽인 것이다. 문제행동을 일삼는 도화에 대해 주변에서 말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것과 그것도 모르고 제 아내를 끔찍하게 여기는 갑송이였다. 하지만 제 손으로 도화를 죽이고 스님이 되겠다 하는 기막힌 운명의 흐름이 되어가고 있었다.

복수를 하는 과정 속의 김기는 과거 친우였던 자의 목을 베어 바침에 대하여 이것은 우정에 대한 것만이 아닌 자연의 밝은 덕을 본받아 가라지를 제거하여 곡식을 가꾸려는 이치와 같다고 말한다.

벗들끼리의 원한을 갚는 일로 그치지 말고 이런 짓이 세상의 정의를 드러내는 일로 나아가게 하옵소서.

혼자 살아남은 나는 오늘밤의 일로

벗들과의 약속에서 벗어나는게 아니요,

더욱 굳게 맺어졌으니 내 스스로 배신할 제

누가 나의 목을 베리까.

김기

위 대사를 통해 김기의 깊은 그릇이 보인다. 하지만 죽이고 싶지만 죽일 수 없고 품고 싶지만 내쳐야하는 김기의 입장을 보면 삶의 모순적 상황들이 저런 것이고 그것이 운명의 장난으로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장길산이 김기와 진정으로 함께 하게 됨에 한 말이 있다. 동지를 얻는 일이란 천하를 얻는 일만큼 무겁고도 귀한 일이다. 이 말에서 사람의 가치와 그 마음을 얻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또 든든한 일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장길산과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은 그른 세상 속에서 평범히 섞여 살 수 없는 입장이며 직접 일어서서 나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되려 그런 역경이 그들을 강하게 하고 모이게 하는 것이다. 주어진 삶이란 다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도 대신 해결해줄 수도 없다. 각자의 그릇대로 스스로 이겨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보이는 인간적인 모습과 의리, 정이 가득한 모습에서 어려운 나날 속에서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는 그들이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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