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대사를 통해 김기의 깊은 그릇이 보인다. 하지만 죽이고 싶지만 죽일 수 없고 품고 싶지만 내쳐야하는 김기의 입장을 보면 삶의 모순적 상황들이 저런 것이고 그것이 운명의 장난으로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장길산이 김기와 진정으로 함께 하게 됨에 한 말이 있다. 동지를 얻는 일이란 천하를 얻는 일만큼 무겁고도 귀한 일이다. 이 말에서 사람의 가치와 그 마음을 얻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또 든든한 일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장길산과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은 그른 세상 속에서 평범히 섞여 살 수 없는 입장이며 직접 일어서서 나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되려 그런 역경이 그들을 강하게 하고 모이게 하는 것이다. 주어진 삶이란 다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도 대신 해결해줄 수도 없다. 각자의 그릇대로 스스로 이겨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보이는 인간적인 모습과 의리, 정이 가득한 모습에서 어려운 나날 속에서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는 그들이라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