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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본을 읽자 ㅣ 북클럽 자본 시리즈 1
고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년 8월
평점 :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를 묻는 책, 『자본』
- 『다시 자본을 읽자』, 고병권, 천년의 상상, 2018
고병권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였다. 그 당시 철학의 ‘ㅊ’도 모르던 나는 고병권, 이진경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철학이 살면서 왜 필요한지,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 내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다. 수유+너머가 해체되고 고병권 선생님이 미국으로 떠난 이후 오프라인에서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그의 책을 통해 배우고 있다.
『다시 자본을 읽자』 는 고병권 선생님이 마르크스의 『자본』을 12권의 책으로 풀어주는 첫 시작이다. 이 책을 통해 『자본』은 누구를 위한 책이며, 이를 통해 마르크스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자본』은 누구를 위한 책인가?
마르크스는 『자본』을 친구 벨헬름 볼프(W. Wolff)에게 헌정했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친구인 볼프에게 헌정하며 그의 이름 앞에 붙인 “나의 잊을 수 없는 벗, 프롤레타리아트의 용감하고 성실하며 고결한 선봉투사”라는 수식 문구에 주목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을 친구에게 헌정한 동시에 프롤레타리아트계급에 헌정한 것이다. 더불어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이 이 책에 조금이라도 더 쉽게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 편집자에게 ‘분책’을 제안한다. 그는 『자본』이 당대의 노동자들이 사용할 무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자본』에서 마르크스는 철저하게 노동자계급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입장’이라는 말은 설 립(立)과 마당 장(場)으로 ‘내가 서 있는 장소’를 뜻한다. 마르크스는 부르주아의 관점에서 바라본 자본이 아닌 철저하게 프롤레타리아가 서 있는 바로 그 지점에서 자본이 만들어내는 구조를 해부하고자 했다. 그는 『자본』을 통해 부르주아들에게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일격을 가할 수 있기를 바랐다.
2. 마르크스가 『자본』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마르크스가 『자본』을 집필하던 당시, 이미 사회는 ‘한쪽이 무겁게 만들어진 주사위’ 즉 부르주아 계급으로 한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무엇보다도 마르크스가 한탄했던 지점은 그러한 사회 구조에 대해 대부분의 과학[학문]은 부르주아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페르세우스가 괴물을 잡기 위해 투구를 썼다면, 부르주아 정치경제학자들은 ‘자본이라는 괴물’의 존재를 부인하기 위해 투구를 눌러썼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마르크스는 ‘앎을 둘러싼 의지’를 문제 삼는다. 당대를 지배하는 지식과 이론과 과학[학문]이 가리키는 지점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누가 어떠한 목적으로 그러한 앎을 지배하는가? 를 묻고자 했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부르주아 계급의 자본가들이 저지른 불법에 대한 고발이 아닌, “합법적 약탈”이라고 말한다. 착취의 토대 위에 세워진 정치경제학이라는 과학[학문]이 우리에게 주입하는 ‘앎’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한쪽이 무겁게 만들어진 주사위’가 던져지는 공간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인 것이다.
고병권 선생님은 다른 글에서 마르크스에 대해 “그는 화폐와 노동력을 교환한 자본가와 노동자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자본을 읽자>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보여줄 『자본』에 담긴 다양한 표정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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