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리의 검은 마술 - 애도와 멜랑꼴리의 정신분석 프로이트 커넥션 1
맹정현 지음 / 책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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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뒤르켐은 1897년에 출간된 <자살론>에서 자살이 개인적 선택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살이 단순히 개인적 이유에서라기보다는 개인의 외부에 존재하는 사회적 힘이 자살률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뒤르켐이 자살을 개인적인 행위가 아닌 사회학적인 행위로 정의내린 것처럼, 이 책의 저자 맹정현 역시 ‘우울’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우울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층위들을 포착한다. 우울이라는 현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는 프로이트와 라깡의 개념을 차용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강의>나 <꿈의 해석>을 읽으며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경험을 했던 나에게 ‘읽히는 프로이트’였다는 점에서 프로이트 입문서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프로이트보다 더 배배꼬여있는 라캉에 대해서도 알아듣게 설명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저자는 프로이트는 <애도와 멜랑꼴리>를 통해 우리가 대상을 잃어버리고 슬퍼하는 것이 어떻게 나르시시즘과 연결되는지를 분석하며, 나르시시즘과 관련된 프로이트의 사유를 접근가능하게 서술한다. 프로이트는 애도가 대상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정상적 고통인 반면 멜랑꼴리는 자아상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망상에 시달리는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말하며 둘의 차이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라캉은 멜랑꼴리의 원인을 애도에서 찾는데, 애도가 없으면 욕망이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욕망의 원인을 가동시키는 애도는 사회적인 애도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세월호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우리 사회는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해 제대로 된 애도를 할 수 있었던가? 전통적으로 우리는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달래기 위해 씻김굿을 했었다. 이는 죽은 영혼들을 위해서가 아닌 오히려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애도의 문화였다. 세월호가 우리 눈앞에서 침몰한지 이제 곧 1년이 되는 이 때. <멜랑꼴리의 검은 마술>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울과 불안이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고 느끼고 있냐고, 그래서 외롭고 슬프며, 아프고 힘드냐고. 그것이 개인적인 감정일 뿐 우리 사회의 책임은 전혀 없다고 믿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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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2015-03-2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서울정신분석포럼 페이스북을 담당하고 있는 이진경인데요. 좋은 서평 감사드려요~ 혹시 저희 페이스북에 공유해도 될까요?^^ 페이스북 홈피 주소는 www.facebook.com/sfp2011입니다^^

이팝 2015-03-20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출처만 밝혀주신다면요^^ 부족한 글인데;;; 감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