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쓸모 - 그리움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신동호 지음 / 책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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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좋은 책이란 읽다가 황급히 책장을 덮고 글을 쓰고 싶게끔 만드는 책이다. 신동호의 <세월의 쓸모>는 책의 골목골목마다 내가 살던 고향으로, ‘그 땐 그랬지’하며 흐뭇한 미소 지을 수 있는 시절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리하여 못 견디게 나도 그이처럼 글로 나의 추억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게 만들었다.

 

‘오징어놀이’와 ‘구슬’은 연년생 남동생과 함께 동네 아이들을 모아 골목이 떠내려갈 듯 꺄르르 웃으며 해지는 줄 모르고 놀던 유년 시절을, ‘강촌역’과 ‘경춘선’은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며 해방을 만끽하던 대학 시절의 치기어린 모습, ‘공중전화’와 ‘편지’는 끝내 보낼 수밖에 없었던 옛사랑을 다시 불러왔다. 추억에 대해, 사람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이보다 더 진실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세월’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여전히 아프고 쓰라린 단어다. '세월'의 아픔이 저자가 말하는 ‘그리움의 흔적’으로 남을 수 있을까. 불쑥, 세월호와 함께 떠난 친구들의 추억을 모아 <세월의 쓸모>처럼 엮어내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아프지만 슬프지 않도록, 이미 사라졌지만 영원히 기억되도록...

 

개인의 추억을 시대의 추억으로 엮어준, 그래서 맘껏 추억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기차표를 끊어준 신동호 시인과 보들보들한 글들과 어울리는 사진을 함께 담아준 출판사 책담에 감사하다. 눈 밝은 출판사와 귀 밝은 시인이 있는 한 아직 이 땅은 살만한 곳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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