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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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신작을 기다려온 나로서는 너무 반가운 책이다.  5년만에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을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우선 제목부터가 궁금증을 유발했다. 1Q84가 대체 무슨 뜻인지 말이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두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 될 수록 덴고와 아오마메는 길고 긴 끈으로 연결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자들을 벌하는 아오마메. 그녀에게 남자들을 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보내는 것이다. 작고 가느다란 침 하나로 아오마메는 짧은 순간 온 신경을 집중해 남자들을 저 세계로 보내며 벌 한다.  

덴고의 이야기는 대필작가라는 소재 때문인지 몰라도 처음엔 최지우와 유지태가 출연했던 '스타의 연인' 드라마가 생각났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 될 수록 흥미를 더해갔다. 단순한 책 대필이 아닌 소녀 후카에리가 실제 경험했던 이야기를 다시 쓰고 있었던 것이다. 1Q84 속에서는 후카에리와 덴고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소설이 존재한다. 바로 '공기 번데기'. 책 속의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어찌보면 아오마메와 덴고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교실에서 손을 잡으면서 사랑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기한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손 한 법 잡은 사이다. 것도 성인이 아니라 기억 조차 가물거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말이다.  

그러나 덴고와 아오마메는 이 기억 하나로 서로를 소중한 존재로 기억하고 있고, 단 하나의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오마메가 마지막으로 저 세계로 보내는 사람. 책 속에서 '리더'로 불리는 사람을 해치우기 전 자신과 덴고 둘의 목 숨을 놓고 잠시 갈등하지만 결국 자신 대신 덴고를 살리기 위해 '리더'를 저 세계로 보냈다.  

두 권으로 나온 만큼 책 내용도 구성도 그야 말로 탄탄했다.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부터 책을 손에서 놓기가 아쉬울 정도였다. 

살인, 사이비 종교, 불륜, 대필, 소녀 성폭행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등장했지만 이 모든 것들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 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책을 다 읽은 소감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책 속에서 대부분의 내용을 차지하고 구성을 이끌어간 선구에 대한 내용이나 아오마메의 청부살인, 또는 대필.. 이런 것들을 기억할지 모르지만-  

나는 책을 덮는 순간 그냥 '순수한 사랑'. 단지 그걸 느꼈다. 결국 이야기의 끝은 덴고와 아오마메의 어린시절 추억과 지금까지 그 기억으로 이어져온 사랑이었다. 어린시절 아빠의 손을 잡고 NHK 수금을 하러 다녔던 덴고, 엄마의 손을 잡고 증인회 활동을 했던 아오마메.  

단순히 손 한번 잡은 그 가슴 뛰는 두근 거림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잊지 못하고 그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결국 두 사람은 아오마메의 전학으로 어린시절 헤어져 성인이 되서도 얼굴 한 번 보지 못 했지만 서로에게 서로가 '사랑'으로 기억되어 있었다.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 10년이 넘는 세월을 각자 살아왔지만 책에서 처럼 두 사람은 두 개의 달을 같이 보고, 1984년 이 아닌 1Q84 세계 속에서 늘 함께 해 왔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도 2009년이 아닌 200Q년에 살고 있지는 않을까. 혹시 지금 내가 보는 하늘에도 달이 두 개가 떠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나를 잊지 못 하고 있는 나를 '사랑'으로 기억하는 그 누군가가 곁에 있지는 않을까 궁금해진다.  

'상실의 시대'이후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어떤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그저 '무라카미 하루키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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