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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이미 중국견문록,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등의 책으로
한비야를 알고 있었습니다. 책에 뒤지지 않는 유명세도 한비야를 아는데 한 몫 톡톡히 했죠.
한비야라는 사람을 알고 그의 책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은 건 최근입니다.
몇 달 전 <무릎팍 도사>에 나온 한비야를 보고 책을 꼭 사야지 마음 먹고
다음 날 책 세 권을 샀습니다.
제일 처음 읽은 책이 <그건, 사랑이었네> 였죠.
신간이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우선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통 책을 읽는데 걸리는 기간이 3~4일 남짓입니다.
하루 중 틈나는 대로 읽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는 하루가 걸렸습니다. 당일에 다 읽었죠.
그만큼 흡입력이 있는 책입니다.
한비야 특유의 문체로 엮여 있어서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눈으로 책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대화체는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책을 읽는 다는 느낌보다는 책을 듣는다는 느낌이 컸죠.
책 내용의 대부분은 구호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느낀 것이 쓰여 있습니다.
잘 나가던 외국계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했고,
그 후 하던 오지 여행이 그녀를 구호일로 접어들게 했습니다.
일본, 미국, 중국, 스페인, 뉴질랜드 등... 다양한 나라의 여행 에세이집은 많이 읽어 봤지만
<그건, 사랑이었네>는 여행 책도 아닌데 책을 읽는 내내
오지 구석구석의 생생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웬만한 여행책 못지 않게
그 곳을 여행한 기분, 나도 그 곳에 가보고 싶고 더불어 나 또한 '구호'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하는 책이었습니다.
내가 아침 마다 양치하고 세수 할 때 쓰는 물 조차 어느 누군가에겐 생명이 될 수 있고,
술 한잔 마시며 쓰는 몇 만원이 어느 누군가에겐 한 달 동안 배불리 먹을 식량과
학교에 갈 수 있는 교육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다...
그동안 몰랐던 건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서 마음으로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세수하고 양치 하고 샤워를 할 때 마다 물을 아끼게 되더군요...^^
오지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전달 받았습니다.
한비야님이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아니면 생생한 글을 통해 뭔가를 느끼길 바라셨는지는 몰라도
책을 읽고난 뒤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비롯해 가슴의 찡함, 청춘으로서의 열정, 결코 늦지 않았다는 자신감까지...
글을 쓴 뒤 인쇄 되기 전 까지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는 한비야의 말 때문인지 몰라도
글 한 줄 한 줄이 마음으로 와 닿는 책이었습니다.
20대 중반을 넘어 후반에 접어선 저에게 가장 와 닿았던 글이 있습니다.
"당신은 방금 지나간 기회가 마지막 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당신이 지금 막차를 놓쳤다고 그게 마지막이 아니란 말이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기다려라. 어두운 밤이 지나가고 나면 다음 날 새벽 첫차가 온다. 이제 이십대. 일생을 하루 24시간으로 보면 이십대는 인생의 새벽이다. 새벽에 오는 막차도 있다던가. 이십대인 당신에게 시간과 기회는 충분히 있다."
너무 늦은 건 아닌지, 이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는 어려운 줄 알았지만
이십대인 내겐 아직 시간과 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단지 오지에서 구호 활동을 하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이 책 대부분의 내용이지만
단지 그걸로 한비야는 이십대인 제게 '희망'까지 심어줬습니다.
이 책을 읽고 말 그대로 '한비야 팬'이 되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