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법
오한기 지음 / 현대문학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한기의 의인법이란 사회적으로 인간 이하라고 낙인찍힌 인물이, 그러니까 오한기가, 스스로를 소설의 등장인물로 만듦으로써 인간됨을 획득하고자하는 자기변혁의 의지로서 의인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간 이하의 존재인 나를 인간인 척(=의인법) 밀고 나가는 소설. 일종의 메타픽션. 혹은 오토픽션. 그렇게 볼 때 오한기의 악당들은 단순한 악당이 아닙니다. 흔히 작가의 적이라고 알려진 존재들입니다. 



라고 책에 수록된 비평문에 금정연 서평가가 적었다. 


 생각해보면 소설을 쓰겠다고 앉아있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 그리고 그것이 세상에 전혀 쓸모없다는 점, 그것을 위해 그것의 본질을 정의하는데 정신을 쏟고 엉덩이를 최대한 붙이고 앉아 그 일에 집중하며 다른 모든 삶의 영역이 무너지는 것들을 감수하는 것. 그와 비슷한 경험을 최근에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원샷한 뒤 장시간 고속도로를 달리는 시외버스에 앉아 소변을 참았던 일이 그것이다. 그냥 바지에 싸버릴까 했던 생각.


 악스트라는 문예지에서 오한기의 연재소설을 읽다가 이사람 천잰데? 라는 생각이들어 더 알고싶어서 단편집을 사서 읽어보았다. 당연히 천재는 아니었다. 아래는 어젯밤에 책장을 덮자마자 친구에게 보낸 메세지.


[오후 11:36] 오한기는 천재다 라고 오해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오후 11:36] 오히려 천재가 아니라 노력형이고 너무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한 흔적들이 있어서 흥미로움

[오후 11:58] 흥미로워 ㅋㅋㅋㅋ

[오후 11:58] 슥슥 읽히고

[오후 11:58] 재밌는데 덮고나면 뭔가 개운치 못한것이 내취향이다


덧붙이자면 굉장히 쉽게 마음대로 써갈긴다. 그런데 그 밑바탕에 오랜 고민이 있었다는 흔적이 엿보인다는 뜻. 지금 쓰고있는 소설이나 인물, 플롯같은 작법에 관한 것이 아닌 '소설'이나 '문학'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아주 오래 고민한 뒤 지금 내린 정의에 깃발을 꽂고 마구 휘갈긴 소설들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닌척 하지만 문학이나 소설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는 못할 것이고 오한기의 소설은 그에 따라 자꾸만 또다른 형태로 변해갈 것이다. 


 아무쪼록 나에게는 읽는편이 이득인 소설이었다. 나또한 한동안 직장생활을 하느라 그런 질문들을 덮어왔었는데, 책을 읽다가 또다시 고민하게 되었고 '지금'의 정답을 찾게 되었다. 곧 바뀔테지만. 그렇지만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나또한 앞의 인용구 전에 적힌 금정연 서평가의 평론에서 "오한기의 소설에는 '소설을 쓰는 사람은 인간 이하다'라는 기본 전제가 있다"는 문장을 읽고 오한기의 무의식(?)에 크게 공감한 바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또 뭘 쓰겠다고 뭘 읽고 쓰고 앉아있는 지금의 내모습 또한 의인법이라 할 수도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