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럴꺼면서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하는 걸까.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너무 싫은 일들이 생활이 되는 것을 무릅쓰고, 자기 자신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며 자신의 세계를 남에게 갖다 바치는 일을 할 수 있는 걸까. 그것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며 살까.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을 읽었을 때. 그때는 추상적인 개념으로써의 '스무살'이 아니라, 실제 나이가 정확히 스무살이었다. 스무살 때 낙하하는 저녁을 읽었다. 그 당시에 그 소설에 등장하는, 훌쩍 떠나버리곤 하는 어떤 여자를 멋지다고 생각했었다(이름을 잊었다). 그때는 세상 모든것에 집착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미련을 떠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랬다. 나는 내 설자리도 잊고 다른 사람들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아주 먼 곳까지 질질 끌려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때 이걸 읽었어도 지금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다.


 어쨌거나 나는 자랐고, 개체로써의 무언가가 됐구나 싶다. 어쩌면 그때 내가 동경했던 종류의 사람은 그냥 지금의 나처럼 곱게 나이먹지 못하고 이번엔 밖이 아닌 안쪽의 것들을 반드시 지키고 싶게 된 고집센 어른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그런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또 가끔 어디선가 들리곤 하는 '아무것도 모를 때 결혼해서 어영부영 어느새 어른이 돼있는 게 더 낫다'는 말은 사실 너무 고집스러운 어른이 되면 결혼생활은 더욱 녹록지 않게 된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이 결혼생활에 대한 것인지도 모르고, 그저 주말을 쓸모없는 일을 하며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가볍게 읽으려고 덜컥 집은 수필집이었는데, 오히려 그래서 이다지도 소중한 나의 쓸모없는 혼자만의 시간을 결혼으로 인해 남에게 할애하고 싶지 않다는 고집이 생기게 만든 책이었다. 






64p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124p 화해란 요컨데 이 세상에 해결 따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130p 그러나 결국 결혼이란 그럼에도 혼자이길 선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있지 않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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