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저녁에 산책을 하지 않거나 밤하늘을 감상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신비로운 오로라의 장관을 놓칠지도 모른다. 또 아침 출근길과 등굣길에 그저 빨리 가기 위해서 최단거리로만 다닌다면, 어느 곳에서나 경험할 법한 교통량이 많고 북적이는 사람들에 치여서 날씨에 따라 변하는 강물의 신비스러운 광경도 놓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핀란드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오로라처럼 광활하고 신비로운 자연이 언제나 함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게 핀란드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예전에 일본에 잠시 체류했을 때, 한겨울 수북하게 쌓인 눈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난 동백꽃을 발견하고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뭐라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감동이 쉽게 잊히지 않았고 여전히 생생하다. 이처럼 세계 곳곳 어디든 신비한 자연과 눈물 날 듯 숨 막히는 장관은 존재한다. 그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자연과 풍경에 야박할 뿐이다.
- 아름답게 피어나는 동백에 눈길을 - P63
시대가 바쁘게 돌아가고 그만큼 빠르게 변하고 진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잠시만 멈춰 서서 나의 중심을 잡고,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간직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친한 친구 중 몇몇이 낚시를 즐겨서 하는데, 언젠가 그들에게 "낚시를 왜 가는 거야?"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낚시 도구나 배, 모터 등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물고기를 많이 낚고 싶어서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저 강 위에 두둥실 떠서 도시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 그리고 배에 가만히 앉아 낚시에만 집중하는 것, 그게 좋아. 단지 그것뿐이야." 이것이 그들이 낚시를 하는 진짜 이유라고 했다. 핀란드 사람들은 인생에서 진짜 가치 있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삶을 살려고 한다. 현재를 고요하게 머물며, 옛것의 가치를 높이 사고 그것들과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 현 시대가 강요하는 모든 물질적인 것들을 욕심내어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 것,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모두 소중히 여기는 것. 이 모든 것들이 핀란드인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이다.
- 그저 천천히 머물다 - P69
매년 급격하게 변하는 유행에 어떻게 다 맞출 수 있을까. 자신이 진짜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계속 새로운 걸 사들이는 것보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오랫동안 입는 게 중요한 것이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를 바란다. 적어도 몇 년은 입을수 있는 옷으로 찾아보자. 이게 단순히 옷을 사는 문제인 듯 보여도, 결국 삶을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
-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 오래 즐긴다 - P76
오히려 옷처럼 겉으로만 보이는 것에 시간 낭비, 돈 낭비를 하는 사람을 보면 ‘내면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겉으로 보이는 ‘무엇을 입고 있는지보다 옷을 입은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유행하는 옷을 갑옷처럼 두르지 않고 내면에 존재하는 자신을소중히 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주변에 물건이 넘쳐나고 많은 옷들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을 보면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옷으로 겉을 꾸며서 부족한 자신을 숨기고 보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 옷에 낭비를 하는 것은 자신이 없다는 증거 - P83
별장에서 생활할 때 사우나를 하려면 호수에서 물을 기르고 장작을 패서 땔감으로 만들어 사우나 스토브나 보일러에 불을 지피는 작업을 해야 한다. 번거로운 일이 많아 쉽지 않지만 나는 이 작업을 무척 좋아한다. 몸은 굉장히 힘든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있다. 기계와 분주함에 길들여져 나를 잊게 되는 생활에서 벗어나 스스로 몸을 움직여 뭔가를 해내면, 이 삶의 주인공이 나였음을 확인하게 되고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지금 당장의 기분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신념까지 만들어주는 게 핀란드인들이 즐기는 별장에서의 휴가다.
- 불편함이 ‘삶의 정신‘을 키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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