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나도 이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여러 번 상처를 받았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우리는 삶의 순간순간을 한 번만 경험한다. 추억으로 그 순간을 여러 번 되새길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강렬함은 점점 줄어든다. 아무리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고 비디오로 촬영해도 한 번 지나간 뒤의 일들은 더 이상 내 감각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이 삶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지금 이순간에 경험하는 일을 배워야만 한다. 내 인생이 저마다 다른 나날들로 이뤄진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날마다 익혀야만 한다. 그럴 때, 내게 학교가 되는 건 숲이다. 숲에서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

- 하늘을 힐끔 쳐다보는 것만으로 - P40

순간 달라지는 세계에서는 우리 역시 변할 때 가장 건강하다. 단단할 때가 아니라 여릴 때, 나는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볼 때마다 내가 여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 여리다는 건 과거나 미래의 날씨 속에서 살지 않겠다는 말이다. 나는 매순간 변하는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날마다 그날의 날씨를 최대한 즐기는,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되고 싶다.

- 하늘을 힐끔 쳐다보는 것만으로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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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 여름의 절정이 지나갔다면, 그날 낮에, 우리가 낮잠을 잘 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간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내 청춘의 절정이 지나갔다면, 그것 역시, 아마도.
결국 <길 위에서>는 출판되지 못했다. 7번 국도를 다녀온 뒤에도 내 삶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여름은 지나갔다. 되돌아볼 때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 놓지 않고, 그렇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 막 청춘의 절정이 지나갔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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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 작가의 말
왜 지지 않는다는 말인가?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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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이라는 부모는 늘 돌아서면 마를 눈물이나 낳을 뿐이니까. 하지만 오 년 뒤에 터진ㅈ삼촌의 그 눈물은 도대체 어느 호적에 올라 있었던 것일까?
"그래 그 여자 내 가슴에서 떠나보낸 기라. 그제야 알았지. 우리가 진짜 우리로 사는 인생이 을매나 되겠어여. 다 그림자로 살아가는 인생 아이라여? 그란데 그 여자하고 살았던 시절은 그래도 내가 나로 살았던 시절이구나, 그걸 깨달은 거라.

-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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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독사 현장에서 뚜렷이 보이는 것이 ‘거절‘과 ‘포기‘다. 타인에 의한 거절 또는 타인을 위한 거절. 타인에 의한 포기 또는 타인을 위한 포기 자신에 의한, 자신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그렇게 거절과 포기가 반복되면 육체보다 마음과 정신이 조금씩 시들어간다. 그리고 손 내밀지도, 내민 손을 잡지도 못한 채 외롭게 생의 마지막을 맞이한다.

- 사실은 너를 보고 싶었지만 - P247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면 우선하여 버리게 되는 게 양심과 동정이라고 했다. 누군들 안 그렇겠는가. 나 하나 건사하며 살기도 어려운데, 당장 오늘 살아갈 일이 걱정인데 양심과 동정은 사치로 느껴지지 않겠는가. 하지만 고인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고인의 형편은 바늘구멍 하나만큼의 여유도 없었는데, 마음의 그릇은 누구보다도 컸다.

- 아낌없이 주는 나무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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