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가 깜짝 놀랄만큼 맛있어서 엄마 것도 챙기려는 욕심에 과자로 손을 뻗다가 찻잔을 쳐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찻잔의 가치를 아는 아버지는 말을 잃고서 하얗게 부서진 파편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미코! 엄마는 당황해서 나를 꾸짖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얼른 내 발밑에 흩어진 파편들을 줍고는 나를 끌어안으며 다독여주었다.
"미코, 괜찮니? 다치진 않았어?"
나는 내가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흐느껴 울었다.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아. 이 찻잔의 역할은 이렇게 할머니가 너를 끌어안을 계기를 만들어주는 거였어. 제 역할을 다 하고 깨졌으니 그걸로 된 거야. 기쁘게 보내주자"
만나는 물건에도 헤어지는 물건에도 반드시 저마다의 역할이 있어 우리의 삶을 조금씩 바꿔간다. 물건을 대하는 내 태도의 기본은 이 다정한 마녀에게 배운 것이다.
- ROOM5 수다스러운 작은 상자 - P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