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코 씨는 교복을 벗더니 버리려고 모아놓은 옷더미 위에 살짝 올려놓았다.
"전 그런 제 자신을 줄곧 인정할 수 없었나 봐요. 젊을 때의 모습 그대로 있고 싶어서, 예전의 자신을 되찾고 싶어서 ‘젊어 보이는 옷‘이나 ‘옛날에 잘 어울렸던 옷‘만 샀던 거죠. 그래서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옷‘이 없는 거예요. 이렇게나 옷이 많은데도 가슴 설레는 옷도 없고 입을 옷도 없어요."
나는 늘 생각한다. 정리란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는 일이라고.
사랑하지 않은 옷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마유코 씨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이 어떤 건지, 자신이 무얼 사랑하는지를 알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물건을 정리하면서 사람은 그동안 눈을 돌려 외면해 온 문제를 깨닫게 되고 싫든 좋든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것은 진정한 행복을찾기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왜 미코 씨에게 정리를 도와달라고 하고 싶었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나는 사랑할 수 있는 것들로만 둘러싸여 살고 싶었어요. 인생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 없는지 알고 싶었죠. 당신이 말한 대로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과거를 정리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미코 씨, 고마워요. 아아, 울지 말고요."
- ROOM1 속삭이는 옷장 - 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