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는 순간, 짙은 향수 냄새가 풍겼다. 싫지는 않았다. 인공적이고, 달착지근한 그리운 냄새. 갑자기 외로워졌다. 그리움 뒤에는 언제나 이런 허전함이 밀려든다. - P14
엄마가 턱을 괴고 귀찮다는 듯이 되물었다. 턱에 파묻힌 손톱끝의 매니큐어가 벗겨져서 보기 흉했다. 나랑 같이 살 때는 매니큐어 같은 건 칠하지 않았다. 이왕 할 거면 완벽하게 예쁘게 해 줬으면 싶었다. 딸의 눈으로 본 엄마는 그녀가 목표로 삼는 것에서 왠지 늘 벗어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엄마가 바라는 딸의 이미지에서 그만큼 벗어나 있겠지. - P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