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문장을 끼워 맞춰 대강이라도 완성한 다음 마침표를 찍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책의 페이지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고, 절대 마침표가 찍히지 않고 페이지가 줄어들지도 않는 내 인생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반복했다.

- 나를 심어둘 장소 : reminiscence - P45

물론 노암 촘스키 책을 교정 한 번 없이 술술 번역한다는 언어 천재에 대한 전설은 나도 들은 바 있지만 나처럼 평범한 수준의 어휘력을 가진 대부분의 인내형, 노력형 번역가에게 번역은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는 일의 무한 반복이다. 번역에 요구되는 집중력은 상상 이상의 수준이다. 여행이 주는 자극, 새로움은 집중도를 낮추고 번역의 질을 낮춘다. ‘번역은 멀티가 안된다는 것이 번역가들이 모여서 하는 하소연이다. 마감할 때는 설거지조차 힘들어 집이 난장판이 된다. 그런데 오전 6시에서 오후 2시까지 번역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관광을 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곧 자신을 천재나 로봇으로 과대평가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니 하려면 할 수도 있겠지만 딱 이틀 후에 포기할 것이다.

다음으로 당신이 글을 쓴다면 여행이 얼마든지 영감이 될 수있고 여행으로 글의 내용은 깊어지고 수식어는 더욱 풍부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번역은 영감과는 별반 관계가 없는 일로 기본적으로는 남의 글을 되도록 정확하게 전달하는 작업이다. 유럽의 골목길을 쏘다니며 감동을 받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문장에 있지도 않은 단어를 두 개 더 추가할 것인가?

- 일은 자리에서, 여행은 여행으로 : freelancer - P57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 책과 문장으로 만났던 그림과 공간과 음악과 도시와 사람이 희미한 모습으로 스치듯 지나가면 나는오랜만에 만난 그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웃으며 보내준다.

- 나만의 문장이 되다 : day to day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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