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이 골절되어 육상을 그만둔 순간부터 목표를 잃은 나 자신을 어떻게든 바로잡고 싶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면 다가올 앞날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길로 이어지는 문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처지였다.
파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이후부터 나의 브랜드를 시작하기까지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부탁을 받고 시작한 일들이었다. 내가 스스로 다가가 문을 연게 아니었다. 벽인지 아닌지도 모를 문은 손잡이조차 달려 있지 않았다. 그저 벽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이 벽이라고 생각했던 문이 스르르 열린 것이다.
- 패션쇼를 돕다 - P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