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나에게 일이 아니며, 일종의보상이 없는 것이었다. 일요일 아침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서 농구공을 튕겨 골대 밑까지 내달려 슛을 넣는 것, 그리고 그저 그것을 반복하는 것. 누군가 지켜보는 것도 아니다. 성적을 매기는 것도 아니고, 용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질리지 않았다. 하고 싶으니까 할 뿐.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는 찰흙 구슬 만들기와 다르지 않았다.
- 학생회장이 되다 - P19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게 되면 내 능력의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도 달리는 것은 좋았다. 배구나 농구처럼 팀을 이뤄 싸우는 스포츠는 상대편과의 대진이나 공의 움직임 등으로 우연성이 더해져 강한 상대와 붙어도 승리하는 일이 종종 있다. 육상에서도 그런 우연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기에서 발휘할 수 있는 개개인의 절대적인 능력치는 있다. 오로지 혼자 힘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지 겨루는 경기인 것이다. 그 경기에는 선수 한 사람의 능력이 거의 대부분 집약되어 있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인 스포츠라는 사실에 나는 더욱 육상에 끌린 것이 아니었을까.
- 육상선수를 꿈꾸며 - P23
눈앞에 놓인 경기에 집중하되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그런 마음의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준 선생님이다.
- 아버지와 어머니 - P28
~ 월세와 매상의 관계를 고려하면 가구 판매는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한 설명에는 외할아버지 자신의 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더불어 그토록 어려운 일을 성공시켰다는 자부심도 섞여 있었다. 비록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라도 그저 그 일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외할아버지에게 풍겨져 나오던 망설임 없는 단호함이 지금까지도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있다.
-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수입가구상 - P42
능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렇기에 내가 오랫동안 해나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능력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 이상한 사고방일지도 모른다. 스킬이나 경력 면에서 잘 못하는 일을 고생해서 하는 것은 비효율적인데다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이것이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라는 사고방식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 패션쇼를 돕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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