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먹고, 마시고, 일하고, 자는 일 외에
어떤 기대나 계산 없이 희망도 절망도 없이
자발적으로 매일 빠지지 않고
조금씩 하는 ‘그것‘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준다."
이자크 디네센의 말을 받아 이렇게 써 본다.
- "다 잘하려고 애쓰지 마" - P223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조금씩 무엇을 한다는 것.
매일 조금씩 하는 그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고,
매일 조금씩 하는 그 무엇이 우리를 천천히 죽어 가게 만든다.
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매일 조금씩 뭔가가 손아귀에서 빠져나간다 해도
매일 조금씩 하는 뭔가가
우리를 더 높은 차원의 질서와 만나게 한다.
남작과 결혼해 아프리카 케냐로 가서 커피농장을 경영했으나
나중에는 농장도 연인도 다 잃었던 이자크 디네센.
그이는 매일 조금씩 소설을 쓰기 시작해 49세의 나이에 첫 소설집을 냈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쓴다, 고
담담하게 서술했던 그이의 심정을 더듬어 본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묵묵히‘라는 말밖에
쓸 수 없는 시기가 있다.
아무런 대가도 보상도 바라지 않고
매일 무엇인가를 묵묵히 해 나가는 시절에
인간은 가장 자신다운 삶을 산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오늘도 나는 걷는다.
양손을 주머니에 찌르고 말없이 곁을 스치는 사람들에게서
맵싸한 겨울 냄새가 나는 11월의 거리를.
- "다 잘하려고 애쓰지 마" -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