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인형을 파는)
해역을 건너온 아이들을 좌판에 벌여두고 난롯불에 두 손을쬐고 있는 일요일, 겨울, 동묘는 16세기 말 선조가 명나라 황제의명에 따라 지은 관우의 사당,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성인가요. 가짜 브랜드, 가짜 시계. 권력도, 약속도 없는 반지들. 이미유물 같은 전자 제품들. 한창 허기질 때 길거리 음식 냄새.
옷 무덤이 군데군데. 그야말로 옷의 무덤. 이 모든 죽어가는것들이 여기서도 구원받지 못한다면……… 유독 추운 날이라 그런지썩 밝아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표정. 눈이 올 것만 같은, 오지않는 하늘. 울 것만 같은, 울지 않는. 그러나 내가 너희 부모도아니고, 언제까지 너희를 돌볼 수는 없단다…. - P38
묘지기(공원의)
유명인의 무덤 하나 없는 이 공원은 늘 조용하다. 가끔늙은 산책자들이 보일 뿐, 헌화하러 오는 사람도 거의 없다.
대부분 가족 없는 묘이거나, 그나마 있던 가족도 더는 없는오래된 묘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과거와 단절된 시간 속에 자리한이 묘들을 보면서 내게 오는 미래를 감각한다. 그리고 이감각에서 친연성을 느낀다. - P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