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도 노예처럼 멍한 상태에서 깨어날 거야. 자네는 양주에서죽어간 이들의 기억을 지켜 냈어.
집행인은 전호리의 허벅지를 천천히, 길게 베어 큼직한 살을 잘라냈다. 전이 내지른 절규는 짐승의 울음처럼 날카로웠고, 가련했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난 영웅이 되기는 글렀지, 안그래? 나한테도 진짜 용기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자넨 특별한 선택에 직면한 평범한 사람이었어. 그때 자네가 한선택을 후회하나?
아니. 전호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고통 때문에 의식이 흐려지고 이성의 빛이 천천히 꺼져 가는 동안, 굳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코 후회하지 않아.
그 이상 뭘 더 바라겠나. 미후왕(美) 손오공은 그렇게 말하고나서 전호리 앞에 허리 숙여 절을 했다. 황제 앞에서 굽실거리는 절이 아니라 위대한 영웅에게 바치는 경배였다.
- 송사와 원숭이 왕 - P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