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은 멀고도 한없이 가까운 거리다. 그리고 이 가까운 거리 안에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 조금씩은 다른 언어를 가지고 살지만, 그 어떤 방식으로라도 만날 수 있다.

- 한 뼘으로 던진 변화구 : 스마트폰 - P145

더 돋보이고 싶지 않그러나 나와 당신의 중심이 같아야 한다는 건 내 억지였다. 세상 어느 것도 똑같지 않다. 그저 많은 부분이 닮아 있을 뿐이다. 같은 건 오직 사물뿐이다. 생명이 있는것들은 달라야 한다. 생명체의 조건은 균형이다. 균형은서로 다른 것들과의 상호작용이다. 목숨 달린 것들은 서로 전부 다르게 생겼다. 겉모습이 같아 보일지라도 속사정은 다 다르다. 전부 다르기에 이쪽저쪽 한 방향으로 기울어지며 산다.
다시 시소를 생각한다. 시소의 재미는 양쪽에 앉아서체중에 의해 오르락내리락하는 행위다. 이때 시소 균형은 양쪽 전부가 아니라 어느 한쪽이 더 무거워야 한다. 그래야 두 사람이 시소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시소 위에서 우리는 평등이 아닌 다른 것들과 더불어 사는 방식을 배운다. ‘함께‘는 ‘같음‘을 지향하지 않는다. 당신과 내가 결코 같을 수 없음을 깨닫는 데에서 공존은 출발한다. 공존은 어울림이다. 어울려서 다른 사람을 닮아 가는 일이다. 생이란 완벽히 같을 수도 없으나 전혀 다를 수도 없다. 다만 서로를 조금씩 닮아 갈 뿐이다.

- 기울어진 삶 : 시소 - P147

사물은 그저 쥐었다가 제자리에 놓아두는 물건이 아니다. 손과의 관계에 있어 어떤 물건이 사물이 될 수 있는이유는 운동성에 있다. 사물이 물건과 다른 점은 제각각다른 특성과 다른 쓰임 때문이다. 이 쓰임에 적극적으로개입하는 신체가 바로 손이다. 어떤 사물의 특성과 쓰임새를 알고도 손이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으면 그것은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물건의 사물화는 손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개입하는가에 달렸다.

어차피 모든 존재는 미완이다. 미완이기에 고민한다. 고민한다고 확실한 답을 찾는 건 아니지만, 고민한다는 자체만으로 존재는 조금씩 각자의 답에 다가서는 중일 수 있다. 칫솔로 이를 닦으면서 손을 새롭게 다시 마주치는 것처럼.

- 비록 미완일지라도 : 칫솔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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