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풍경을 스쳐 지나치지 않고 마주 대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우리는 서로 마주 서는 것, 그 자체만으로 에너지를 나눈다. 몇 초, 몇 분이 아니라 마주 서서 서로의 파장을 느낀다는 일이 중요하다.
마주침의 흔적이다. 흔적은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서조금씩 옅어진다. 내게 정말로 낯선 시간으로 남을 수도있고 멈출 수만 있다면 멈춰 버리고 싶은 시간으로 남을수도 있다. 흔적은 언제나 다양한 방식으로 남거나 사라진다. 수첩도 마찬가지다. 새 수첩은 마주침이지만 다 쓴수첩은 흔적이다. 내가 지나쳐온 풍경에 대한 발자취다.
그러나 같은 장소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도 다시 마주할수 없는 풍경이기도 하다. 어떤 풍경을 그대로 수첩에 옮겨 오진 않는다. 아니 그럴 수 없다. 마주침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말이 아니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이다. 말을 섞고 감정을 섞고 손을 잡으면서 새로운 관계를형성해 나가는 일이다. 또한 그렇게 맺은 관계를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기록된다는 건 마음에 잠시 머무는 일이다. 얼마나 오래 머무는가는 중요치 않다. 잠시 한순간을 머물러도 파장이 번진다.
- 어떤 마주침 : 수첩 - 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