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밥을 먹는다는 사소한 이유 하나만으로 서로에 대한 마음의 벽 하나쯤은 허문 사이다. 함께 밥을먹었기에 한 번쯤은 상대를 위해 울어 줄 수 있는 사이다. 그 밥 때문에 마음 한 곳이 저미는 사이이기도 하다.
몇 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때 내가 마주친 최초의 죽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울음이 뒤섞인 슬픔에 잠겨있지 않았다. 밥이 문제였다.
비록 사람은 떠나고 없지만 아직 온전히 떠나지 않은 그의 온기로 차려 낸 밥상을 여전히 기억한다.
밥상은 사물이 아닌 장소다. 사람이 모여 둘러앉아야만 밥상이다.
- 살기 위해 기억하고, 기억을 위해 머무른다 : 밥상 - 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