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문을 여닫는 당신도 기적의 한순간을 지나친다. 기적은 사소함 사이에 있다. 사소해서 흘려보내기 쉬운 것들이 기적이다. 문도 그렇다. 문이야말로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적이다. 당신과 나도 서로의 문을 열었기에 마주 서 있다. 어떤 문을 열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문을 여닫지만늘 같은 문을 반복적으로 여닫지 않는다. 이따금 전혀 다른 문 앞에 설 때도 있다. 문고리를 잡았다가 놓았다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문을 떠나지도 열지도 못하고 서성인다. 고작 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초초해 한다. 

- 사소한 기적 : 문

- P65

문은 거의모든 세상인 동시에 그것의 근원이므로 묻고 또 물어야만 한다. 어떤 답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닌 정말 내가 열어야 할 문이 어떤 문인지 알기 위해서 말이다.

- 사소한 기적 : 문

- P66

근데 어떤 문 앞에서면 덜컥 겁부터 나서, 반쯤 연 문도 도로 닫고 달아나고만 싶다. 그런데 그러지 말자. 세상에 비밀의 문 따위는 없다. 전부 내가 만든 허구다. 아니 어쩌면 모든 문이비밀의 문이다. 문에도 생명력이 있다면, 그는 문을 여닫는 행위에서 비롯된다. 아무도 문을 여닫지 않으면, 그것은 벽이다. 벽과 문은 한 끗 차이다.

- 사소한 기적 : 문 - P67

문을 여는 순간 두려운 건 당연한 일이다. 문을 연다는건 이질적인 것들과 뒤엉켜 또 다른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일이니까. 그래서 마주침은 불편하고 힘겹다. 그래도그 마주침으로 나는 또 한 뼘만큼 자라날 것이고 내가 아닌 다른 삶도 자연스레 껴안으며 문이라는 보편적이고도 가장 큰 기적을 알아차릴 것이다.

- 사소한 기적 : 문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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