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의 ‘시고토‘는 우리말의 ‘일‘보다 쓰임이 한정적이다. 다시 말해서 삶 속에서 만나고 처리해야 할 모든 일이라기보다는 ‘바깥일‘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예컨대일본에서는 직업란에는 ‘주부‘라고 쓸 수 있지만, "당신의 시고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주부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런 경우에는
"지금은 시고토가 없습니다", "아이가 더 크면 찾아보려고요" 같은 대답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시고토학‘이라 하면 누구든 ‘바깥일‘, 즉 공적 영역에서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저자의 접근은 신선하다. 결코 ‘바깔일을 하러 집을 나가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일을 통해사회라는 공공의 장으로 들어가라‘고 권한다.
- 옮긴이의 말 - P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