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아프게 한다 2
김정일 지음 / 두리미디어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아프게 한다”라는 제목과 서정적인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목차에서 몇몇 흥미로워 보이는 소제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아프게 한다... 만남이란 이별을 동반하고, 사랑은 아픔을 동반하게 마련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이 조금쯤 이해가 될 것도 같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는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어떤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사랑이란게 항상 예쁘고 좋을 수만은 없는 건가보다.
예쁜 표지 일러스트와는 달리 정말 사랑의 생채기로 아파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랑에 빠지고 기대하고 기대고 집착하고 이별하고 배신감을 느끼고...
나는 아직 짝사랑 말고는 딱히 사랑의 경험이 없긴 하지만 - 이 책에서도 종종 영화와 노래가 언급되는데 - 사실 사랑이란 소재는 영화나 드라마, 음악, 소설, 시 등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으니 직접 한 경험만은 못해도 그 고뇌와 아픔을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항상 오해로 얽히고설키고 원치 않는 이별을 하기도 하고...
그나마 영화나 드라마는 해피엔딩이 예정되어있지만 현실은 더 냉정한 것 같다.

읽기에 좀 불편한 부분도 있긴 했지만, 단편소설을 읽는 듯,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 책을 읽는 동안 공감하기도 하고 또 이것저것 떠오르면서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상사병은 무서운 병이에요.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는, 무의식이 의식을 사로잡는 무서운 병이죠. 무의식은 어떤 문제도 다 풀 수 있는 능력, 절대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상태가 지속되면 무의식은 그녀를 사랑해야 하는, 그녀도 임을 사랑할 지도 모른다는 무수한 이유를 만들어줄 거예요. 그러나 그건 현실이 아니에요. -49
짝사랑을 할 때, 사소한 그의 행동을 보고도 “혹시....?”하고 혼자 생각하고 착각했던 때가 떠올랐다. 사랑에 빠지면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건가보다. 결국 헛된 기대로 더 상처를 받지 않았던가... 현실에 집중해야한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순리에 따를 줄 알아야 한다.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 그러나 사랑한답시고 모든 걸 다 완벽하게 지배하고 소유하려고 하면 상대는 숨 막히게 되고 결국은 뒤돌아보지 않고 도망가게 된다. 순리에 따를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83
지나친 소유욕으로 집착하고 구속하게 되면 그 사랑은 결국 떠나려 할 것이다... 몇 주 전에 보았던 드라마 <사랑과 전쟁>-‘사랑의 굴레’ 편이 떠올랐다. 어릴 적 엄마의 외도를 보고 자란 남편이 결혼 후 의처증으로 괴로워하다 치료에 노력해 겨우 의처증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이번엔 아내가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의부증 증세를 보인다. 너무 사랑해서 이혼위기에 처한 부부의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또, 이 책에서도 어릴 적 부모님 등에게 상처받은 이들이 커서 사랑을 할 때 더 집착하게 된다고 했는데, 남녀간의 사랑에 앞서 부모자식간의 사랑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남녀간의 사랑에서, 여자는 남자가 소홀히 하는 것에 짜증을 내고, 남자는 여자가 믿어주지 않는 것에 짜증을 내죠. 남자는 여자와 사랑하기로 결심하면 현실에 집중을 하고, 여자는 남자와의 사랑이 결정되면 사랑에 집중을 하죠. -120
언젠가, 점차 소홀해지는 듯 하더니 마침내 공부를 핑계로 이별을 통보해 온 남친 땜에 힘들어 하던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100% 그래서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 때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글을 읽고 보니 그 친구의 상황이 딱 이랬던 것 같다. 이런 차이를 알고 있었다면 그 친구도 남친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이렇게 쉽지 않은 사랑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언제나 사랑을 갈구한다.
또 다른 사랑을 찾아 이별의 허전함을 달래보려고도 한다.
하지만 이별 후에도 사랑의 아픔을 감내하며 더욱 성숙해 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시작보다 끝이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


책을 읽고 나니 오래전 배웠던 시가 떠올랐다.


낙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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