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풍차
차 율리아나 지음 / 메이킹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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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아픈 상처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문양이 되어 빛을 낸다는 걸 알려준다.
아파서 아름다운 삶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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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풍차
차 율리아나 지음 / 메이킹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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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첫 겨울 바람이 매서웠던 어느 날 

고운 빛깔의 표지와 오래된 축음기 그림에 홀려 시집을 구매했다.

'풍차'라는 이국적인 단어와 고운 봄 꽃 같은 저자의 사진만 보고

인생 꽃길만 걸어온 작가가 좋은데 가서 먹고, 마시고, 생각한 것들을 적은 시 일 거라 속단했다.

인생 각박하고 숨통 막힐 때 좋은 데서 유유자적 하는 남의 SNS를 보며 대리만족 하듯이

'세상은 아름다워~~' 노래하는, 고운 언어로만 장식된 시집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날이 그랬다.


그런데 시집 몇 장을 채 읽기도 전에 반전이 일어났다.

아버지는 사교춤을 배워 어떤 아줌마와 뱅글뱅글 돌아갔고(아버지의 풍차). 

어머니는 자식 키우느라 쉰내 나게 살다 마른 풀잎 냄새만 남기고 가셨다.(엄마).

그렇게 설움 주고, 구박했던 시어머니. 시인은 손수 염을 하고, 분골 항아리 보며 

홀로 화해를 했으며(염, 화해) 

남편은 무지하게 젊고 예쁜 여자와 바람났다가 낡은 손목시계 하나 남기고 떠나버렸다. (못) 

자장면 살 돈이 없어 자장 소스만 사서 동생들 밥 비벼준, 빨리 철이 든 큰 아들(달려라 철가방)

그리고 500원으로 군것질 한 아들 매질하고 쫓아내면서 가슴으로 울었던 시인(왜 그랬을까)

말문을 닫은 외손자를 향해 간절한 기도를 보내기까지... (미완의 줄탁) 

어디 하나 눈물 없는 게 없었고, 상처 아닌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시인은 그 아픔을 그저 드러내고 울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 아픈 와중에도 홍시 하나의 야들하고 말캉한 단맛을 느끼며 (달다)

작은 마을 고즈넉한 찻집 댓돌에 놓인 정겨운 고무신을 보며 (가배원에 물들다)

'퐁당'이라는 작은 말 하나에도 희망을 느끼며 (퐁당이라는 말)

일상의 사소한 것들, 그 소중함을 세밀한 감성으로 느끼며 

삶은 그래도 아름답다 노래하고 있었다.


삶은 나를 아프게 하지만 내 옆에 핀 꽃, 내 입 속의 단감 하나로도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 담대함이라니!

 

'젊은 느티나무에게 고백함'의 시작 노트에 정호승 시인은 이렇게 썼다.

"한 그루 느티나무가 오랜 세월이 지나 무량수전 해흘림 기둥이 되기까지는,

또 천 년 동안이나 배흘림 기둥으로 서 있기까지는 수 많은 고통과 상처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상처를 아름다운 모란 무늬로 남기고 있습니다. 

상처 많은 나무가 아름다운 무늬를 남긴다'는 사실을 저는 이제야 깨닫습니다"


아프게 패인 나무 상처에 새살이 돋고, 세월의 더께가 덮여 아름다운 하나의 문양으로 완성되듯

시인의 인생도, 시도 그러했다.

고운 빛깔의 표지도, 단아한 시인의 얼굴도 그래서 더 찬란해 보였다.


나도 지금의 상처와 아픔이 이토록 아름다운 문양이 되는 날이 오겠지?

삶의 희망을 품으며 시집을 다시 한번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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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 - 평생 말빨 글빨로 돈 벌며 살아온 센 언니의 39금 사랑 에쎄이
최연지 지음 / 레드박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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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사이다 같은 책, 명쾌하고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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