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서양과학사 - 그리스 자연철학부터 크리스퍼 가위까지, 과학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을까?
김성근 지음 / 플루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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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그 분야를 다루는 일과 관련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참 모순적인 학문이다. 그 단물과 쓴물을 과거의 어느 시대보다 양껏 맛 보고 살고 있지만 정작 학문으로 따져보자면 고등학교 교과서 속의 지루하고 따분한 법칙들과 이론들, 의미 없이 달달 외우던 과학자들의 이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대학입시가 끝남과 동시에 두번 다시 입에 올리지도 않을 그 무미건조한 용어들 바로 그것!
그랬던 내가...
행간을 자유롭게 따라가기 쉽지 않을 만큼 저하된 오십 줄의 시력으로도 글의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이틀에 걸쳐 행복한 탐독을 경험했다는 이 놀라운 사실!

노화의 문턱에 들어선 약해진 내 의식은 무엇에 홀려서 잠시나마 그렇게 건강하게 빛났던가.
저자가 페이지 곳곳에 숨겨 둔 매혹의 덫에 저자의 의도 대로 제대로 걸려들었음이 분명하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낡은 그림과 삽화들이 그랬고, 그림 속 인물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애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주석들 또한 그랬다. 대하 역사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긴 시간을 한 호흡으로 끌 고 가는 저자의 내러티브 능력 또한 돋보였다.
그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듣다가 결국 나는 그가 사랑했던 그 역사 속 과학자들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그들의 고뇌는 아름다웠고 충분히 인간적이었으며 쉽게 잊혀지지않을 파장을 지녔다.
과학의 역사는 도드라진 몇몇 천재들에 의해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사의 뒤안에서 흘린 또 다른 무수한 땀과 눈물은 누가 기억할까. 역사를 기록하고 전달하려는 저자의 손끝에서 그들의 인간적인 노고가 생생하게 되살아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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