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서 돈은 에로스를 가로막고 야성을 거스르는 문명세계의 가장 큰 허상이다. 라캉이 말했듯이 돈과 언어는 문명세계에서 가장 절대적이면서도 그렇기에 가장 허구적인 텅빈 초월기표이다. 문명의 이기가 없을때(야성) 인간은 동물보다 나약하다. 문명은 불안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 두려움으로 인간은 필사적으로 야만성을 배제하며 문명화된 인간간의 체계인 이성을 중요시해왔다. 그러나 야성의 세계에서 편협한 이성이 얼마나 무력한지는 작품에 잘 묘사되어있다. 이 책에 수록된 두 작품에서 개와 인간이 돈으로 매개되어있을때에는 친밀한 교감(사랑)이 단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야성의 부름>에서 손턴과 벅의 사랑(돈으로 맺어지지 않은)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후에 돈이 개입되자 끝나버렸다. 어쨌든 사랑 또한 문명의 일부였고, 그길로 벅은 야성으로 회귀한다. ˝바닥은 언제 갈라질지 몰라요. 그러니 바보들이나 눈먼 행운을 믿고 그런 길을 가죠. 한마디로 나는 알래스카의 황금을 다 준다고 해도 저런 얼음 밑으로 내 시체를 던지지는 않겠어요.˝
그는 이 세상을 한발만 잘못 디디면 목까지 빠져버리는 진흙탕의 바다라고 생각했다. 이해관계와 이기적인 사랑들. 죽어가는 아버지가 가진 마지막 돈으로라도 보석 박힌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텅빈 사치와 파멸들. 곧이어 구경거리가 되었다가 관심밖으로 사라져가는 몇몇의 사람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소년의 눈으로 보는 속물사회.˝그처럼 부자이고 우아한 그 여자의 지갑에는 칠십 프랑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