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의 남자
왕상한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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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본부의 라디오 <왕상한의 세계는 우리는>이라는 코너를 통해 퇴근길에 매일 만나서인지 내게는 친숙한 이름이라고 해야할까.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이분이 <한 평의 남자>란 책으로 독자와 만나고 있다. 이책에서 저자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과정을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 책을 홍보하는 글귀가 눈에 뜨여서 과연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어 나갔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울 줄 아는 용기다" 그리고 제목 <한평의 남자>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나도 올해가 가면 나이 오십줄에 들어선다. 어릴적 희미한 기억에 육여사가 비운의 총탄에 맞아 돌아가신 다음에 놀이친구들과 문세광을 꾸짖는 놀이를 한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때 대통령이 돌아가셔서 면사무소에 단체로 조문한 기억이 나고 전두환의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교복이 자율화되고 고등 교련시간에 교련복 입고 훈련을 받기도 했다. 그 당시 모든 잘못은 매로 다스렸다. 매맞아서 억울해도 참아야 했다. 먼저 대학 시험을 보고 점수에 따라 대학을 지원해서 겨우 대학에 갔는데 오공 말기라 대모가 엄청 심했다. 그 당시 대학가에는 광주사태비디오가 몰래 상영되었는데 지금도 그 탱크의 포탄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매스컴은 그들을 폭도로 규정했고 모든 매체를 통제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친구들과 선배들은 전경을 향해 짱돌을 날렸지만 난 그런 용기도 없었다. 6.10대회가 있었고 6.29선언이 있었다. 그 와중에 이한열군이 최루탄에 맞아 죽었다. 그때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던 연대세브란스병원에 갔더니 최루가스가 난무하고 이군 시체를 가져간다는 괴담에 병실을 지키는 그 앞을 잘못 지나쳐 갈때 그들의 그 비장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 다음해 난 군에 입대하고 군복무를 마쳤다. 군에 가기 전에 MS도스 운영체제를 배웠는데 졸업후에는 개인PC시대가 열렸다. 엄청난 금액을 주고 PC를 구매했다. 그러나 IMF 사태를 맞았다. 빚에 허덕이다가 자살하거나 가정이 깨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결혼을 했고 밀레니엄배이비가 태어났고 열심히 살았다고는 하지만 무엇을 위한 수고였을까. 처자식을 먹여살리기위해서일까. 아플수도 없는 마흔이 되었고 부동산 열풍이 불었다. 서민들은 앞다투어 아파트를 두채는 구입하는게 대세였고 그렇게 부자로 살고 싶었다. 그런데 잘살게 된것 같은데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88만원세대로 삼포세대 오포세대로 불려지고 있다. 이제 얼마후면 오십줄에 들어선다. 내 주변에도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곁을 떠나갔다. 100세 시대가 열렸다고는 하지만 오래 산다고해서 행복할까. 열심히 일하면 잘살게 되는 걸까. 노후는 전혀 준비할 엄두도 못내고 자식에게 투자하고 빚안지고 살아야 겨우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밖에서도 안에서도 설자리가 좁아진다.

저자는 한평의 남자를 말한다. 자기 한몸 누일 한평도 눈치가 보인단다. 아내와 다툼이 일때면 매번 졌다. 나도 그 논리적인 말투에 번번이 KO패다. 과거의 일을 어떻게 그렇게 잘도 기억하는지 그때 그랬잖아 한다. 거기다 눈물까지 흘리면 압권이다. 아이도 다 자라서 자기 일로 바쁘다. 함께할 시간도 부족하고 대화할 시간도 부족하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대화자체가 없는 가족이 되는 건 남의 일이 아니다.

참 어렵다. 민주화만 되면 그 열망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싸웠는데 그렇게 이뤄냈는데 그럼 좋은 시대가 와야 하는데 점점 더 살기가 버거워진다. 새로이 겪는 문제도 있다. 세월호가 침몰했고 지금은 메르스때문에 이나라가 불안해서 살수가 없다고 한다. 대한민국호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하루하루 고민을 하면서 사는 것 같다. 공무원 연금문제가 이슈화대면 내문제 같고 임금 피크제하면 내문제 같다. 북한은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쏴대고 미국은 탄저균을 몰래 들여와 실험했단다. 눈만 뜨면 새로운 뉴스다. 이 좁은 나라에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 걸까. 그래도 그나마 나처럼 시대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이런 말들을 책을 통해서 팟캐스트를 통해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저자와 사는 시대가 달랐고 고민도 달랐고 삶도 달랐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있고 고민도 이해가 되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 지금의 고민은 언제까지 일해야하나이다. 부모세대를 봐도 쉬지 않고 일하는 중이다. 쉬는 것 그 자체가 끝인것처럼 그렇게 살아내고 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했던가. 산다는 것도 끝은 분명히 있는데 그 끝을 행해 전진하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잘 지켜보고 함께 고민하고 배우고 깨달아서 한번뿐인 인생 헛살았단 소리 안들었으면 좋겠다.

내 꿈은 무엇이었지. 그 꿈은 이루었을까. 앞으로 내꿈은 또 뭘까. 참 쉽지 않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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