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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산이 있었다 - 한국 등산 교육의 산증인 이용대 교장의 산과 인생 이야기
이용대 지음 / 해냄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살던 곳은 사방이 작은 산으로 둘러쌓인 그런 곳이었다.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서둘러 걸어가야할 정도로 멀었다. 산은 나에게 놀이동산이었다. 혼자서도 이산 저산 노루처럼 뛰어다녀도 좋을 만큼 즐거웠다. 어느때는 산길을 따라 가끔 탱크부대가 천지를 울리며 훈련을 해댔고 어떤때는 포병부대가 와서 엄청나게 포 사격을 하기도 했다. 어느날은 새빨간 포탄이 날아가는게 보이기도 했는데 그게 불발탄이 되면서 산 전체를 태워버리기도 했다. 저멀리 산꼭대기에는 군부대가 위치해있어서 산을 정복하러가는건 혹시 총에 맞아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때문에 가까이 가질 못했다. 여름에 소나기라도 내리는 날에 바라보는 산의 모습은 너무나 멋진 광경이다. 소나기가 서서히 마을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등산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던 내가 대학에 가면서 봄이면 이산 저산으로 등산을 갔다. 처음으로 올랐던 도봉산이 잊혀지지 않는다. 산정상을 향해 힘들게 올라갔었는데 갑자기 천둥 번개가 내리치면서 소나기에 흠뻑 젖기도 했다. 대둔산을 오르면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속리산은 얼마나 힘들었던지 다리가 후달거렸다. 가보고 싶었던 산도 많았고 오르고 싶은 산도 있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직장다니면서는 산에 오르는 것보다는 가벼운 산책을 주로 하게 되고 워크샵이 있는 경우에는 산을 오르기보다는 산아래 음식점에서 보내곤 했다. 그렇게 산은 멀어져갔다. 평일에도 산을 찾는 사람들을 보게된다. 출근하면서 보게되는 그들의 모습은 나와는 완전 다른 모습이다. 주말이면 지친 육신을 침대에 누이며 딩굴거리기 일쑤고 바람 쏘인다며 차로 이동하게 되니 더 산은 멀어진 느낌이다.
<그곳에 산이 있었다>를 읽은 이유는 다시 산을 오르고 싶은 열망때문이었다. 책에서 다루듯이 암벽을 거벽을 빙벽을 오르는 산꾼들 이야기가 나온다. 누가 에베레스트를 정복했고 누가 14좌 완등을 했고 극지는 누가 정복하고 산을 오르다가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도 묻어나온다. 왜 그들은 산에 올랐을까? 아주 근본적인 질문이겠지만 산에 빠진 산꾼들의 진짜이야기가 잔잔하게 울려온다. 메스컴에 오르내렸던 이들의 죽음 소식도 나온다. 목숨을 잃어가면서까지 새로운 등산루트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도전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시사하려 하는 걸까. 저자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등산하라고 마음껏 외친다. 야성을 잃어버리고 힘든일은 외면받는 이 시대에 도전정신을 회복하라고 하는 메시지를 이책을 통해 전달한다. 저자는 등산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며 전인적인 등산교육을 실현중에 있다.
아웃도어가 요즘 얼마나 대세인가. 산을 오르기 위해서 옷을 구매하던 시대가 아니라 일상중에도 아웃더어의 인기는 대단하다. 새로운 외국 업체가 속속 들어와 고가로 팔리고 유명인들이 나서서 광고시장을 달군다. 건강을 챙기는 웰빙시대에 등산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올라갈 수 있는 산이 있다. 지금까지는 체력이 되는 데로 축구를 많이 했는데 이제 힘에 부친다. 등산을 하고 싶은데 동기 부여가 부족했다. 다시 산에 올라야할 열망을 점검해 봐야겠다. 나는 왜 산을 오르려 하는가.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이고 그 산을 정복하고 싶기 때문일것이다. 야성 도전정신 점점 나이탓만 할게 아니다. 자꾸 내일로 미루고 싶은 나약한 의지에 대한 반발이다. 오르자. 그리고 느끼자. 정상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