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 - 옆에 있어 서로서로 고마운 교실 이야기
오은주 지음 / 라온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딸아이가 중학교 입학하던날 학교에 간적이 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간단하게 학사일정을 소개한 후 잠깐 교실에 간적이 있었는데 마침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시간 사이였는데 복도에 나와서 떠들어 대는 아이들의 소음이 장난이 아니었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아이들에게 감춰진 에너지가 쉬는 시간에 마구 발산되고 있는것 같았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는데 딸아이도 보지 못하고 학교를 떠났었다. 그 이후 특별히 학교에 갈일이 없었다. 상담하러 애 엄마가 간적은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중3이 되었다. 가장 에너지가 넘친다는 중2를 넘겼다. 착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예쁜 입에서 욕이 마구 튀어나오는 것이다. 놀랍기도 하고 이래서 중2병이라고 하는구나 생각도 되었다. 이시기에 가장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던 것 같다. 중3이 되어서는 친했던 친구들이 뿔뿔이 헤어지고 새로운 친구들 사이에 끼어서 사귀질 못하고 딴 반에 가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미 반에서도 친구관계가 형성되어서 그 틈 사이에 끼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들이대고 딸아이에게 좋은 친구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중2 천방지축 날뛰는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은 얼마나 고달플까. 말도 안듣지 수업은 신경안쓰고 외모에만 신경쓰고 어른 흉내내고 있는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 사이에서 수업을 하기 위해 무던히 고민하는 국어 전담 선생님의 현장 목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는 <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은 아이들과 학교 사이에서 울고 웃는 현장 보고서다. 아이들을 맡기는 입장에서는 온갖 것들을 다 해주길 바랄것이다. 사실 우리 아이 좀 더 잘 봐주고 신경써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학교만 가도 아이들 분위기에 휩사여 달라지는 모습인데 그런 아이들이 한반 가득 지도해야 하니 담임샘은 얼마나 신경이 곤두설까. 이 학교 분위기 다르고 저 학교 분위기 다르다. 모두가 똑같지 않고 그래서 고민만 한가득이다. 시키는 일은 또 얼마나 현장일과 다른가. 다는 느낄 수 없지만 부러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진로를 탐색해볼수 있는 시기라 이거하라 저거 하라 서로 부탁칠 일이 많은 시기이다. 말도 점점 안듣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은 시기이다. 부모세대는 먼저 산세대라 그냥 내버려 두자니 미래가 힘들게 뻔하고 그래서 잔소리 하게 되고 그럼 잔소리 한다고 대들고 그래도 그 사이에서 가장 최선을 다해주고 고민해 주는 선생님이 계셔서 감사하다. 딸아이도 보면 자기가 잘 하는 과목 선생님과는 엄청 친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과목들은 별로 말이 없다. 두루 두루 친하면 좋을텐데 그렇지는 못하다. 하긴 하나만 잘해도 그 힘으로 미래를 밀고 나갈 수 있으니까. 걱정되는 시기이지만 아이들을 믿고 선생님을 믿고 학교에 부탁하고 싶다. 그래도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선생님들과 지내기 때문에 선생님 한마디 한마디가 안듣는 것처럼 보여도 듣고 있으니까. 특히 잘하는 부분을 지적해주면 더 아이들은 힘을 내는 걸 본다. 가능성. 아이들에게는 이게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어른 흉내로 이걸 캐내지 못하고 묻어두는 걸 보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선생님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개인적으로는 국어를 잘 못했다. 국어공부가 신통치 못했다. 말을 하는데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해 엉뚱하게 말할때가 많다. 책을 읽어도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할때가 있다. 국어가 시시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아주 기본적인 이해없이 그냥 국어를 공부했나 보다. 그래도 저자인 선생님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교과내용을 이해하게 될까 고민하며 수업 자료를 준비하니 아이들에게 국어공부가 재미났겠지. 수업을 고민하며 준비하는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은 그렇게 조금씩 자라가는 걸꺼다. 지금은 미완의 모습이지만 점점 속이 알차게 다져지는 아이들을 기대한다. 그런 아이들이 있기에 지금 많이 힘들더라고 학교를 지키고 아이들을 지키고 있는 대다수 선생님들이 있다고 믿는다. 나 자랄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학교 분위기다. 딸아이에게 건네 듣는 학교 이야기가 이 한권에 다 든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학교 일선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지도하느라 애쓰고 수고하는 선생님들 힘내시고 고마운 마음 가득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