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사랑을 미뤘다 - 생각만 하다 놓쳐버리는 인생의 소중한 것들
김이율 지음 / 아템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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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알듯 하면서도 동의 하고 싶지 않은 말이다. 저자의 다른책 가슴이 시키는 일을 읽으면서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며 살아보자고 다짐해보았는데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아프다는 소리도 하지 못하고 일만 하며 살아 왔던것 같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면 행복할거 같은데 이런 저런 생각이 가슴이 시킨일을 미루게 한다. 왜 그럴까.

인생의 단면을 돌아보면 가장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내야 할거 같은데 그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가족은 안식처이고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므로 가족을 이루길 원하고 가족을 위해서 희생한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 같다. 사실 그게 아닌 걸 알면서도 그냥 일하면서 사는게 익숙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뒤로 미루기에 바빴던것 같다. 우리 모두는 가족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가족을 이루고 부모를 닮은 아이들이 자라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한 마음을 간직한다. 어떤때는 아내와 다투고 부대끼며 그로 인해 상처받는다. 인생의 길에서 가장 참기 힘든게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받는 상처가 아닐까. 언제나 어디서나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함께 해주면 힘이 날텐데 상처주고 상처가 아물기전에 또 상처를 낸다. 그렇게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가는 인생이 인생인 걸까. 남들도 그렇게 살아가는지 궁금해서 드라마도 보고 책도 보지만 인생 참 풀리지 않는 숙제와도 같다. 어찌 되었든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서 남들도 다르지 않을거란 확신을 가지고 지금껏 살아왔건만 어느날 뜻하지 않은 소식과 함께 날아든 비보로 인해 현재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지금도 나를 힘들게 한다.

내 아버지 세대는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 소리를 들었단다. 그래서일까 다정하게 안아주신 적이 거의 없다. 자식 만큼은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더 잘해주려고 했는데 부모에게 배운대로 밖에는 하지 못한것 같다. 안아주는데 인색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게 참 어색했다. 그래서 오늘도 미루고 또 미뤘다. 내 마음을 알아줄 나이가 되면 날 이해해 줄거라 믿으면서.

2013년 3월 4일 중학교 입학식 날 아들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서울 성모병원에 입원했다. 학교에 가기 위해 사둔 교복은 옷장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그리고 6차에 걸친 항암치료를 받았다. 드라마에나 나오는 병명으로 알았다. 백혈병. 너무도 몰랐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치료가 되는 줄 알았다. 치료받다가 죽는 아이들이 나타나도 내아이 만큼은 살거라 믿었고 희망을 걸었다. 기도도 참 열심히 했다. 하지만 몇차에 걸쳐 치료를 받아도 항암제가 아이 몸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희망을 놓치 않았고 함께 이겨낼거라 믿었다. 아들은 꿋꿋하게 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힘들었을텐데도 힘들다소리 하지 않고 나을 거란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임했다. 12월 12일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던 그날 아들은 간다는 소리도 안하고 하늘나라에 갔다.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랬는데 그런데 그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지금도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항암제가 얼마나 독한지 머리가 다 빠진다. 식욕도 떨어진다. 병실에 갇혀서 아무것도 못한다. 노트북으로 게임하고 텔레비젼보는게 전부다. 공부는 절대 하지 않는다. 대안학교가 따로 있었지만 그게 아이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다.

아이가 아프기 시작한 것은 2월이다. 기력이 없어지고 식욕도 떨어지고 다리한쪽이 쑤시는게 성장통 같아서 그런줄 알았다. 잇몸이 붓기 시작했다. 이를 완전히 덮어서 밥도 먹기 힘들어 했다. 동네 병원부터 갔다. 치과. 전에 치료가 잘못되어서 균이 침투한게 아닌지. 낫질 않는다. 그다음 이비인후과. 염증탓이란다. 아주 센 약을 지어주었다. 아이가 더 힘들어할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과를 거쳐 청소년과에 갔더니 피검사를 해보잔다. 소견서를 써줄테니 동네 큰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해보란다. 그래서 큰 병원가서 한날이 3월4일. 의사 선생님이 피검사 결과보고 다리를 떨면서 빨리 뒤도 돌아보지 말고 서울 큰 병원에 가보란다. 그래서 바로 입원했다. 그날 판정받았다. 그게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 치료가 되는지도 모르고. 답답한 마음에 골수성 백혈병을 검색해보니 안타까운 사연들이 즐비하다. 백혈병도 골수가 있고 림프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림프가 치료가 좀더 되는 편인데 치료 안되면 죽는건 똑 같다. 검색도 두려웠다. 치료가 되었다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골수이식만이 살길인지도 나중에 알았다. 골수기증자도 알아봤는데 아이와 100%일치하는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항암 치료를 해도 암세포가 나타난다. 5차에 걸쳐서 했는데 매번 암세포가 나타났다. 이병은 암세포가 나타나면 안되는 거다. 나타나면 큰일나는 병이다. 암세포가 몸에 차올라서 결국 죽음에 이르는 병이 이병이기때문이다. 골수이식을 해도 암세포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나마 국가에서 많은 부분을 치료비지원을 해주어서 치료에 도전했지 실로 어마어마한 돈이 치료비로 나간다. 재산이 거덜난다는 말이 옛날에는 실감이 났을 것 같다. 좋은 방법은 다 써보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많은 후회가 든다. 좀더 빨리 큰 병원에 갔었더라면. 그럼 치료가 달라졌을까. 혼자서 치료를 견디는 아이 옆에서 힘내라 소리밖에 못하고 안타까워 안아주고 돌아서려고 할때 날 안아주고 내 등을 토닥거려주는 데 눈물이 얼마나 나던지 아이앞에서 약한 모습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내 등을 토닥여주는 그 손이 그립고 함께 나눴던 대화가 그립다. 절대 원하지 않았던 병이 찾아와서 헤어지기까지 순간이었다. 지금도 아들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면서 이 슬픔을 이겨내 보지만 보고싶을때 볼 수 없는게 안타깝고 아빠하고 불러주었던 그 목소리도 들을 수가 없는게 너무 가슴 아프다.

가장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는 가족들과 만들어갔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따뜻한 마음과 가슴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책 <오늘, 또 사랑을 미뤘다>를 만났다. 자식이 아파할때 대신 아파할수 없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 암에 걸린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으로 또 인생의 황혼을 향해 가고 있는 현재 내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인생이 뭘까를 고민하며 답을 구하는 청춘들에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오늘 하지 못하면 여전히 하지 못하기때문이기에 오늘 우리가 만나는 소중한 인생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기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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