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비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개정판 문학동네 청소년 17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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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사고로 엄마를 잃었다. 한 가정이 당한 이 충격적인 사고로 인해 아버지는 술주정뱅이로 형은 폭력을 행사하는 자로 극단적인 삶을 살아가다 불을 지르고 자살한다. 하지만 이 놀라운 환경속에서 주인공은 묵묵히 학생으로서의 길을 간다. 성적에 울고 웃는 학교생활. 한번 집을 나가면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아버지. 집에 와서는 술만 마셔대는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주인공은 집을 나간다. 집에 감쳐둔 돈을 얼마쯤 가지고. 그 돈이 어떤 돈인지 나중에 발혀지지만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집을 나가는 주인공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여행을 떠난다. 굳이 가출이 아니고 여행이라고 한 것은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것을 암시한 표현인듯 하다. 왜 여행을 떠날 수 밖에 없었는지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다. 함께 하는 형이 있었는데 주인공만 붙잡고 선도하고 여행의 이유를 묻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리려는 노력들. 동창생 19번과의 데이트에도 살짝 빠지지만 늘 대화하는 상대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소설에 몰입이 어려웠다. 사회를 향한 거슬리는 단어들과 청소년들이 읽어도 괜찮은지 낯뜨거운 단어들이 뒤섞이면서도 묘하게 소설을 읽어나가는 동안 주인공을 이해 하게 되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도와주지 못했다. 힘들고 외롭고 의미를 찾기 어려운 학교생활까지 떠나보내지 못하고 늘 주인공의 주위를 맴도는 여러 환영들에 둘러싸여 살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서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이해하면서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상처를 다독인다.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인가. 친구도 상담선생님도 아버지도 그를 도울 수 없었다. 이럴때 여행을 떠나나 보다. 사람들이 그래서 여행을 떠나서 머리를 식히고 생각을 정리한다고 하나보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목적지가 분명하고 하고 싶은 것을 이루고 다시 돌아오는 나만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주인공처럼 한번도 혼자 여행을 다녀보질 않았다. 학력고사를 마치고 친구 두명과 함께 포항에 있는 친구 고모댁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경기도에 살다가 그쪽으로 시집간 고모였는데 꼭 보고 싶다는 친구를 따라 나선 길이었다. 처음 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갔다. 하차한 기차역에서는 불량배들과 떼거리로 시비가 붙어서 싸움 나는 줄 알고 몸조리던 기억이 있다. 낯선 곳에서 갑자기 당한 일 앞에서 경찰들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무서워 혼났다. 그나마 시비가 가려져서 무사히 넘어갔지만 낯선 곳에서 처음 당해본 일이라 그때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여행 목적을 마치고 다시 밤기차를 타고 올라오는 동안에도 낯선 사람들과 대화도 하면서 즐겁게 여행을 마무리 했다.

<그치지 않는 비>에는 주인공의 마음 상태를 나타내듯 여행하는 동안 줄기 차게 비가 내린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퍼붓는다. 하지만 그 비도 끝내 그친다. 주인공이 당한 어려움도 끝내 그친다. 그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끝이 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절망과도 같은 상황이 닥쳐오지만 그치게 되어 있다. 질풍 노도의 시기를 가고 있는 청소년들. 그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들의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것만 같다. 절대 그칠 것 같지 않은 비도 그치는 것처럼 포기하지 말고 길을 찾아보자. 그럼 분명 도울 길이 나타나고 세상의 방식이 아닌 그들만의 방식으로 문제는 풀리게 된다. 괜찮다. 가출이 아니고 여행이라면 그것도 혼자서 떠나는 위태로운 길이지만 그것이 인생의 길이다. 고민도 다르고 생각하는 바도 다르다.  이 사회를 지탱해가는 다양한 에너지들이 모여서 사회가 돌아가는 인생사의 모습을 이 한권의 책이 다 보여주는 것은 아니어도 상처지고 외롭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절망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 해서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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