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이의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남자에게 마흔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내 나이 마흔이 되었을때 근 일년동안 마흔이 되었다는 것때문에 공황상태가 찾아온듯 했다. 변한것 하나도 없는데 나이만 마흔이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다. 나만 유독 그랬을까. 초등학교 동창회에 처음 나가 보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가슴은 두근 두근 혹 내가 좋아했던 동창을 보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하지. 동창들은 30년이 지났는데도 어릴적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떤 친구는 멋지게 나이들어 가고 있었고 세상을 하직한 친구도 있었다. 어떻게들 사는지 무슨 얘기를 나눌까 기대도 많이 했는데 많은 얘기도 나누고 싶었는데 그런데 술판만 벌이고 이차는 노래방으로 향했다. 인생에 대해 좀 더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인생 뭐 있냐 먹고 즐기는 거야'라는 말한마디에 충격을 먹었다. 이렇게 나이를 먹고 싶지는 않은데...

 

내가 사는 아파트는 35평과 48평밖에 없다. 아내는 48평으로 이사를 가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지금도 나가는 돈이 많은데 돈이 있어야 이사를 가지. 큰 평수 아파트로 갈아탄 사람 신문기사를 읽었다. 조금 대출을 끼고 옮겨간 경우였다. 나도 이사를 가고 싶으나 지금 월급에 반드시 대출을 1억 받아야 하는데 그 이자를 갚아가야한다는 점이 마음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열심히 일만했더니 온몸이 아파온다. 힘쓰는 일에 종사하다보니 점점 기력이 딸리는 걸 느낀다. 아파도 아프다 소리를 못하겠다. 아내에게 말만 꺼내도 학교 다닐때 공부좀 열심히 하고 미래를 준비 잘하지 왜 그랬냐며 핀잔을 준다. 그때는 세상을 너무 몰랐고 지금은 좀 알게 되니까 10년만 젊었어도 모험을 해보겠는데 나이도 차고 지출은 늘어가는데 월급은 제자리고 아프다 소리를 꺼내지도 못하고 사는것 같다. 차도 폼나는 걸로 바꾸도 싶은데 바꾸지 못하는 구질구질함. 내 나이쯤 되면 비교하고 싶지않아도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는것 같다. 그럼 이렇게 살아야한단 말인가. 그러고 싶지 않은데 늘 여전히 제자리인것 같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대한민국 40대 인생 보고서 <아플수도 없는 마흔이다>에는 숨막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이들의 인생이야기가 펼쳐진다. 끝도 없이 오르던 아파트값을 보며 너도 나도 아파트를 샀던 사람이 지금은 대출이자 갚느라 허리가 휜이야기, 주식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뺄때를 결정못해 엄청 손해본 이야기, 식당이라도 하면 나으려나 시작했던 것이 발목을 잡고 점점 나빠져 가고 열심히 살았다고 하는데 아내로부터 이혼소리를 듣게 될때 느껴야하는 자괴감마져도 공감 백배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쉼을 주고 있는 이책을 들여다보는 내내 내얘기이며 내주변에서 듣는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저자는 그러한 인생의 위기들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그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하는지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코치하며 격려해마지 않는다. 한 가정을 책임진 이땅의 40대에게 이렇게 쓰여진 제목이 팍 꽂힌다는 건 대부분의 가장들이 느끼고 있는 현실을 잘 드러냈기 때문일것이다. 아플수도 없는 마흔이다.

일하고 집에 와서 아픈데를 주물러 달라고 하기도 전에 같이 나이먹어가는 아내도 아이낳고 제대로 쉬지 못하고 맞벌이 했고 집안일하랴 아이들 공부시키랴 오늘도 쉬지 않고 일했다는 한마디에 아프다 소리 못하고 어깨 주물러주고 발도 주물러 주게 된다. 내가 받고 싶은 데 오히려 저리다고 하는 아내를 주물러줘야하는 현실이 슬프다. 이렇게라도 해야 하는 이유가 나이 먹고 나서 구박받지 않으려면 지금 잘해줘야한다는 이들의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서 그런가 보다. 퇴직후 나의 모습을 그려볼 필요가 있고 그에 맞춰 소비를 조절해야 하는데 옆에서 아내가 속을 뒤집는 소릴 하게 되면 모험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끔은 아내로부터 자존심이 확 상할 말도 들을때가 있다. 자존심 세운다고 누가 밥먹여 주는 것도 아니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얼마나 가슴이 쓰린지 모른다.

 

"자존심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다. 그리고 자아존중감. 일명 자존감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떠한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자존심이 상처를 입었다며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존감은 다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비난 앞에서도 상대의 관점을 존중하고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는다."(P.112)

저자의 충고를 새기며 나의 중년의 길을 멋지게 가고 싶다.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인생의 길. 40대 이후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나와 같은 이들을 보며 남은 인생 멋지게 사는 모습에 힘을 얻으며 내가 가야할길을 묵묵히 가야겠다. 그것이 최선이 아니라 해도.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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