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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롭게 쓸데없게 - 츤데레 작가의 본격 추억 보정 에세이
임성순 지음 / 행북 / 2019년 1월
평점 :
누군가에게 추억을 소환하는 것은 설렘일수도 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흑역사로 기억될수도 있다. 그럼에도 추억을 소환하는 것은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결과물일 수도 있기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적이 있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이런 힌트를 주었더라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빼문이다. 정보의 부재 그때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는데 마냥 즐겁게 놀던 시절이라 걱정 근심 염려 없던 시절이었는데 어느덧 오십줄에 들어섰다. 이제 인생의 후반기를 살아내야 하는데 여전히 막막하다. 하지만 나와 같이 삶을 고민하며 함께 공감하며 나아가는 이들이 있기때문에 현재의 답답함을 이겨내고 다가올 미래를 살아낼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한계를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선전하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았다. 저자가 말하는 게임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그 게임을 하고 싶어서 번역하고 대화하기위해서 언어를 배운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걸 이루어내는 정신은 살아있다고 해야할까.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지 모르는 학창시절에 학교에 가서는 잘지언정 하고 싶은걸 하기위해 밤을 새우는 열정이 있었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저자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남들은 쓸데없는데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원래 예술이 그렇지 않나. 혹자는 말한다. 예술이 밥먹여주냐고. 쓸데없는데 시간 열정 소비하지 말고 그시간에 공부하라고. 이 세상에 공부잘하고 잘난 사람들 부지기수로 많다.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 사고를 치면 이게 뭐지 싶을때가 있다. 남들보다 누릴거 누리고 있고 한껏 잘난맛에 산다고 봤는데 어떤면에서는 그런 그들이 부럽기도 했는데 그 환상이 깨질때가 있다. 그때 드는 생각이 도대체 인생이 뭘까다.
이 책이 주는 이미지는 가벼운 에세이정도라고 생각했다. 어떤 주제에 따라 자유롭게 글이 써지는 그런 내용인줄 알았다. 하지만 주제보다는 지금의 저자가 어떻게 나올수 있었나를 보게해주는 책같다. 삶이 느껴지고 진중하고 솔직하다. 남들은 손가락질하든말든 자기길을 가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내는 중이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쓸데없지않게 풀어내는 직업 작가 참 묘한 직업같다.
저자의 본거지는 안양에서 서울이지만 내 어릴적 본거지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동네다. 국민학교를 가려면 걸어서 한시간 거리였고 그걸 줄여볼려고 자전거를 배웠다. 졸업할때는 영어사전과 옥편이 선물이던 시절이다. 중학교에 가서 처음 알파벳을 배웠다. 어렵던 시절이니 오락실가서 오락한판 하기도 어려웠다. 옆에서 지켜보다가 어쩌다 한판 해보라고 하면 얼마나 좋던지. 흑백텔레비젼도 없어서 큰집에 가서보다가 구박을 얼마나 당했는지. 집에 칼라텔레비젼을 샀을땐 너무 좋아서 애국가가 나올때까지 보다가 혼날때도 많았다. 서점이 없어서 사촌누나와 버스를 타고 한시간은 가야하는 강화읍 서점에 처음 가봤고 인천으로 전학을 간적이 있었는데 단체로 방공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 고등학교때는 개봉관을 찾아 람보2를 보러 갔었는데 끝내줬다. 우여곡절끝에 대학에 갔더니 데모가 장난 아니었고 빡세게 군대를 갔다왔더니 취직을 해야할 나이가 되었다. 뭐하나 준비된거 없이 세상에 덩그러니 던져진 모습이었다. 닥치는대로 취직하고 어렵사리 결혼하고 아이가 생겼다. 그런데 여전히 여유가 없는거다. 그거때문에 부부싸움도 하고 상사와 다퉜다. 좌충우돌인생. 그렇게 인생을 살아내다보니 모난돌이 다져지고 아픔도 겪어보니 인생 욕심낼것도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일만 죽어라 하고 살다보니 나는 일만하다 가고 싶지 않다라는 책제목만 만나도 반갑다.
사람의 삶은 참 다양하다. 그리고 소중하다. 나와 다른게 틀린건 아니다. 누구도 그를 비난해서는 안되는데 우리는 참 쉽게 남을 비난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익명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막말해댄다. 하지만 누군가의 고집으로 우리의 소중한 역사가 기억되는 것처럼 누군가의 쓸데없음이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세상을 다양하고 조화롭게 만드는 거 아닐까. 저자는 그리 살아왔고 그리 살것이고 쓸데없는데 에너지를 낭비할것이다. 그게 뭐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