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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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거뭇거뭇하고 묵직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계란 프라이를 멋지게 구웠었다. 노릇노릇한 테두리는 프릴이나 레이스처럼 물결치고, 흰자는 올록볼록해도 노른자는 적당히 익은 계란 프라이. 접시에 옮길 때면 노른자가 터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아무리 조마조마해도 옮길 수밖에 없었다. 


_ 프라이팬과 계란 프라이 중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부드러운 양상추>를 읽으면서 나에게 추억이 담긴 소중한 음식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너무 흔한 메뉴지만 나는 '계란 프라이'에 대해 생각했다. 어릴 적 학교에서 친구들과 나누어먹던 도시락. 점심 시간에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다보면 맛있는 반찬은 게눈 감추듯 사라지고 이내 풀데기랑 김치만 남곤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편식이 심해서 좋아하는 반찬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았는데, 엄마는 내 식상을 잘 알아서 도시락 밥 사이에 항상 계란 후라이를 넣어주셨다. 밥과 밥 사이에 넣은 계란 후라이는 그 누구도 뺏어먹을 수 없는 나만의 숨은 반찬이었다. 밥을 반 정도 먹고나면 살포시 드러나는 계란 후라이


나에게는 그게 엄마의 사랑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소중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행복했다.


BOOK. 《부드러운 양상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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