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문학동네 청소년 53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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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하게 먼 우주의 끝, 그곳에서부터 소행성 하나가 날아오고 있다. 지름은 800미터 남짓으로 충돌 시 문명의 대부분을 파괴할 규모다. 우주공학의 최정상에 선 연구단체인 '제네시스'는 달에 메시지를 새기는 기계를 만들어 거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광고판으로 삼았다. 그렇게 막대한 수익을 올린 제네시스는 부모도 후견인도 없는 열다섯 살 미만의 우수한 아이들을 선택해 연구원으로 육성하여 우주의 재앙으로부터 세계를 지키고자 한다.


"지구를 피해 가도록 하는 궤도 조정은 실패했고, 외부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소행성이 제네시스를 향하게 해 놓은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느 토요일, 제네시스 항공기계정비반의 ‘유리아’는 단독 출장을 가 있던 달에서 지구가 검은 구름으로 뒤덮이는 순간을 목도한다. 더 이상 푸르지 않은 지구를 지켜보며 달에서 버틴 지 어느덧 6개월. 반파된 지구에서 누군가가 리아에게 편지를 쓴다. 그러니까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는 지구 종말의 비망록인 셈이다.


 "나는 이제 겨우 어른이 되었는데 어른들은 이제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말한다. 말할 수 없이 넓은 이 우주 안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우리가 바꾸려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고. 이 말을 누군가와 나눴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귀에 대고 속삭이고 싶다. 나는 팽창하지 않는 우주를 원해."


지난주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소행성 다수가 몇 주 안에 지구 근처를 지나갈 것이라는 분석을 발표했다. 그중 소행성 2004UE는 직경 415m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크기이지만 영화와 달리 대규모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강조했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즉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 있지만, 이 말처럼 어려운 말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서처럼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6일 남은 시점, 그래서 이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된다 해도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우리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날이 며칠 안 남았다면, 나는 그 순간들을 어떻게 보낼까.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를 읽는 동안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냥 멍하니 있을 것 같아. 억울하거나 눈물 날 것 같지도 않고. 마지막 순간에 꼭 함께 있고 싶은 얼굴도 떠오르지 않고, 누군가를 위해 목숨 걸고 간절하게 덤벼 볼 용기도 생기지 않았다. 그나마 남은 시간 동안 나 자신이 편안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마음 정도.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을 향한 사랑밖에 남아있는 것 같지 않아서, 그 무력함이 나를 슬프게 했다. 이 작품의 아름다움과 대조적으로 내 마음이 메마른 듯하여.


"우리의 궤도가 평행선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평행선이 아니라면 하나쯤은 교차점이 있지. 우리는 그 보육원에서 교차점을 이루었고, 시간이 지나 다시 멀어졌다 해도 교차점이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 교차점이 누군가의 생을 구하기를."


그래서 이 작품의 아름다움은 내가 아니라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작가의 추천평으로 소개하고 싶다. "사회는 어떤 일에든 자격을 묻고 자격이라는 말로 선을 긋는다. 어리기 때문에, 신체가 불편하기 때문에, 버림받았기 때문에, 사랑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무언가를 해내지 못할 거라는 확신.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에선 궤도 밖으로 밀려난 주체들이 사랑을 하고, 세상을 구하려 한다. 최종의 최종까지.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또 한 번 확신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단 하나의 자격이 필요하다면 바로 간절함이라고."


그렇지만 나도 사랑은 있어. “먹을 것을 주는 건 친해지고 싶다는 뜻”이거든. 아직 내가 지닌 사랑의 크기는를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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