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그 자리에 의자를 두기로 했다 - 집에 가고 싶지만 집에 있기 싫은 나를 위한 공간심리 수업
윤주희 지음, 박상희 감수 / 필름(Feelm)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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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올렸던 리뷰 중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던 콘텐츠는 '내 책상'이었다. 그런데 그 사진을 올리고 섭섭했던 것은, 친구들(인친들)의 반응이었달까. 쏟아지는 출간 책들과 비좁은 수납공간 탓에 내 책상이 다소 지저분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나름대로 정리한 후에 찍은 사진이었는데 대부분 before 사진인 줄 알더라는??



사실 나는 '추억이 담긴'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몇 년 전, 태국 여행을 하는 중에 치앙마이에서 캐리어의 바퀴 하나가 부서진 적이 있다. 기울어진 캐리어는 아무리 힘주어 끌어도 빙그르 돌며 걸음을 멈추게 했다. 동행한 친구는 자신의 캐리어와 내 배낭에 짐을 나누어 담고 캐리어를 버리자고 했지만 나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그 캐리어는 바퀴가 빠져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 아니라, 나에게는 첫 여행지였던 유럽 여행부터 나의 모든 여행을 동행한 가방이었으니까. 어떻게 이 먼 타국에 널 버리고 가니?



삶은 정리의 연속이다. 싫증이 나서 더 이상 입기 싫어진 옷을 정리하는 물리적 행위를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생애 우연히 만나는 기쁘고 슬픈 일 역시 정리하고 비우기를 되풀이하면서 계속 삶을 그려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건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을 정리하는 일은 어쩌면 새로운 나날을 맞이하기 위해 매번 반복해야 하는 불가피한 일이 아닐까 싶다. 과연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마음과 생각을 마주하고 비우고 정리하는 일을 몇 번이나 해왔을까? (p.33)



이 책이 나에게 특별했던 것은, 공간을 정리하는 행위를 그저 노동이 아닌 마음을 돌보는 일로 바라보게 한 점이다. 나는 공간을 잘 정돈하고 가꾸는 것을 개인의 성향과 습관의 차이라고 여겼는데, 그래서 내가 물건들을 잘 분류하거나 정리하지 못하는 것을 게으른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늘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쉬는 시간은 동일하더라도, 마음이 분주하고 지쳐있는 시기에는 내 작은 원룸을 정돈하는 것조차 쉽게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며칠씩 설거지가 쌓이고 옷은 벗어놓은 상태 그대로 놓여있는 방 안. 작가는 '공간을 정리하는 것이 마음을 돌보는 일'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말이 무척 공감이 되었다.



나처럼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어수선하게 물건을 흩어놓더라도 필요로 하는 물품들이 다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도 있고, 자신만의 기준대로 정리되어야 안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평소에는 주변을 잘 정돈했는데, 최근 들어 정돈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먼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받는 위로의 말이나 외부적 요인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그렇게 타인이 만들어준 감정치유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결국 감정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가장 잘 알아주고 풀어주고 치유해야 하는 일이다. (p.126)



지금 당신의 방은 어떤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몸을 일으켜 내 방을 둘러보았다. (......할말하않??)



완벽하진 않지만 분리수거할 쓰레기를 정리하고,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 모아두었으나 한 번도 쓰지 않은 잡동사니들을 버렸다. 그리고 수납할 수 있는 수납장을 하나 구입했다. 이 전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개운함? 뭐랄까, 정리라는 행위를 통해 마음이 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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