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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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팔리기 시작한다. 태양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B2 3세대 AF 중 유난히 인간을 열심히 관찰하고 그들의 감정과 소통을 익히는 데 관심이 많은 소녀 AF 클라라는 AF 매장 진열대에서 자신을 데려갈 아이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린다. 어느 날 클라라에게 다가온 조시는 클라라에게 곧 데려가겠다고 약속하고, 클라라는 그날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우리와 같이 있던 소년 AF 렉스가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가 어디에 있든 해는 우리한테 올 수 있다고 했다. 렉스가 마룻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해의 무늬야. 걱정되면 저걸 만져 봐. 그러면 다시 튼튼해질 거야.” _p.12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아이들의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었는데, 부모들은 유전자 변형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의 자녀를 사회의 주류 계급에 속하게 하기 위해 아이들을 향상시키고 싶어 했다. 이 때문에 조시는 건강이 좋지 못했고, 언니를 잃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지능이 향상된 아이들이 속한 사회와 딥러닝이 가능한 AF 클라라를 통해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을 고유하게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간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_p.320


사람의 감정과 소통까지 익힐 수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면,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인간에게 특별한 영혼이 있다고 믿고 싶어 했고, 이것이 우리가 동물이나 로봇과는 다른 무언가라고 여겨왔다. 그래서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 등장하더라도 반드시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것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기질과 성향, 선호가 매우 특별하며 개성 있다고 여기지만, 과학 기술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단번에 나를 파악하고 나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의 행동과 말투, 기억을 모두 지닌 인공지능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사람을 대신하여 인공지능을 사랑하고 가족으로 여길 수 있을까? (답은 모두에게 다를 수 있다.)

“카팔디 씨는 조시 안에 제가 계속 이어 갈 수 없는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카팔디 씨가 잘못된 곳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지만 조시 안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카팔디 씨가 틀렸고 제가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결정한 대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_p.442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조시만의 고유한 것은 무엇일까? 조시와 조시의 주변 사람들을 오랫동안 관찰한 클라라는 그 고유함이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다고 말한다. 결국 조시를 위험에 빠트렸지만, 조시를 더 좋은 세상에 살게 하고 싶었던 엄마의 선택, '각자 세상에 나가서 서로 안 만나고 산다 해도 어떤 부분은,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늘 같이 있을 거'(p.422)라 말하는 닉의 마음, 그리고 '해가 조시에게 특별한 도움을 주기만 한다면 더 내줄 수도, 전부 다 내놓을 수도 있다'(p.396)고 해에게 특별한 도움을 구하는 클라라의 헌신까지. 클라라의 말처럼 나를 고유하게 하는 것은 내 안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와 마음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 그들로 인해 나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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