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 - 조금 멀찍이 떨어져 마침내, 상처의 고리를 끊어낸 마음 치유기
원정미 지음 / 서사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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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녀 관계를 천륜이라 하며 끊을 수 없다고 하지만 많은 정신질환이 어린 시절 부모와 어긋난 관계에서 비롯된다. [P171]

인터넷 카페에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았던 상처들을 담담하게 적어내는 사람들이 많다. 익명성의 공간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로 바뀐다. 성인이라는 나이가 되면 잊히겠거니 생각하겠지만 객관적인 시선까지 합세하며 마음속 상처는 선명해지기 마련이다. <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에서도 부모님의 불화에서 자란 저자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심한 학대를 받지 않았다고 느꼈지만 부모님에 대한 원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저자는 결혼가족치료사 인턴 훈련과정에서 교수님은 “트라우마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난 것이고 또 일어났어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P.20]라고 말해줬다. 가정은 모름지기 경제적 안정과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지만, 저자는 정서적 안정이 부재된 상태에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인의 존재와 가치에 손상을 입히는 지속적인 행위도 트라우마이다.

부모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갈구하는 ‘착한 아이 증후군’으로 자라오면, 성인이 되어서는 무기력, 번아웃, 우울증으로 오게 된다. 또한, 나와 타인에 대한 심리적 경계를 세우지 못해서 착한 사람을 악용하는 사람에게 상처받는다. 저자는 착한 아이 증후군을 겪어왔고, 독립적인 성격은 사실 회피성 성격장애였다고 알아채며 변화가 시작된다.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은 미국 유학과 결혼을 선택하고, 본인과 배우자 그리고 아이까지 이해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에서 저자는 대학 진학, 미국 유학, 결혼, 영어 공부, 미술 공부, 상담학 공부까지 스스로가 선택하고 주도적인 삶을 살아간다. 과거에는 아동 존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정서적인 학대를 일삼는 부모들도 많았다. 여기서 정서적 학대의 전형적인 유형은 심한 언어폭력, 가정폭력의 목격, 불안정한 애착과 소통의 부재를 포함한다. 어린 시절 억압했던 욕구들이 성인이 되어서야 폭발하고 인생 전반을 괴롭히는 부분은 살짝 억울하게 느껴진다.

독립적인 성격으로 착각했던 자신이 회피성 성격이었다는 사실을 느꼈을 때, 저자의 마음은 얼마나 외롭고 아팠을까. 하나의 인간으로서 자신은 물론 부모와 자녀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작업이다. 어린 시절에 받았던 상처와 기억을 온전하게 쏟아내고 부모와의 독립이 이뤄질 때, 성숙한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 싶었다. 부모에게 사과받거나 화해하는 일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상처를 먼저 돌보는 것처럼 부모와도 심리적인 거리를 두고 나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많기를.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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