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늑대 -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훈련을 시키는 주체는 내가 아닌 세상이다." (46쪽)


책을 읽고 나서 가장 강력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한 문장이다.

철학자 마크 롤랜즈가 '진짜' 늑대를 데려오고 나서다.

이제 늑대는 롤랜즈와 함께 사회 생활을 해야 하고,

그렇다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아야 한다.

롤랜즈는 늑대를 훈련시키면서 그 주체가 자신이 아니라 세상이라고 말한다.

내게 길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룰을 배우는 것이다.

애완 동물을 훈련시키면서 주인이 원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두는,

뭇 사람들의 방식과는 정반대이다.

이것이 롤랜즈가 일상에서 늑대를 키운 게 아니라 늑대와 동거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철학하는 입장을 떠나 인간으로서 늑대에게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늑대는 이제 애완동물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로 격상된다.

저자의 표현대로, 우아하기까지 한 늑대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의 심리를 유추하고, 그의 감정과 소통하면서,

철학자 롤랜즈는 우리가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한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 하는가?

우리는 왜 최고의 순간을 살지 못하는가?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늑대는 이제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사실 우리에게도 오래 전 늑대였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이성에 물들기 전, 세상에 길들여지기 전에 말이다.

며칠 전 본 <늑대아이>의 감독이 한 이야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한때는 늑대였던 우리, 혹시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면서

영혼을 보는 눈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간만에 페이지 넘어가는 게 아쉬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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