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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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면서 따뜻한 소설 '카모메 식당'의 저자로 유명한 무레 요코의 신간 '이걸로 살아요' 에세이를 서평단으로 읽게 되었다.


문득 저자의 나이가 궁금해서 프로필을 찾아보니 54년 생. 뭣?! 69살이 맞나? 어머 어머... 생각보다도 많아서 놀랐다. 취향이 있고, 주관과 소신이 있고, 좋아하는 것이 확실한 사람의 글에서는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걸까? 이만큼 할머니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순전히 영화로 봤던 '카모메 식당'의 저자라는 것과 '표지' 때문에 꼭 읽고 싶은 마음이 솟았다.

냄비를 시작으로 필기구, 양말, 편지지, 빗자루 등등 일상적으로 쓰는 작디작은 물건들에 대한 자신만의 애정과 소신을 가득가득 담은 에세이다.


물건 하나로 행복할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 물건들을 콜라주 형식으로 표지에 담아서 한 챕터씩 읽으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취향이 확실한 할머니가 얼마나 귀여운지 느낄 수 있는 '이걸로 살아요'


아직 자신만의 취향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관심이 있는 물건 하나부터 무레 요코를 따라 해보는 거다. 싸다고, 아무거나 들이지 않고, 저자처럼 신중하게 물건과 인연을 맺는다면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센스와 취향이 형성되지 않을까. 어떤 관점으로 물건을 선택하고, 어떻게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는지, 또 그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가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스타우브의 뚝배기로 시작한다. 스타우브? 나는 스타우브와 같은 브랜드를 알 수가 없었다. 왜나하면, 난 집에서 요리는 하지만, 주방도구와 그릇에는 욕심이 1도 없어서 브랜드도 뭐도 하나도 모른다. 식기와 냄비 등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냐면 결혼할 때, 그릇 세트 따위는 아예 구경하고 싶은 마음조차 일어나지 않아서, 친정에 있는 밥그릇 두 개와 수저 2벌 들고 와서 신혼을 시작했으니까-


그녀의 스타우브를 만나게 된 과정을 읽다 보니 안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나 매력적인 디자인과 색감의 주물 냄비였다니!


무레 요코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하나 겟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확실한 취향이 있는 사람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아이 같은 관찰력, 그리고 유머가 있다.


"곤충을 징그러워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그 형상과 색깔을 볼 때마다 '사람은 절대로 이걸 무에서부터 만들 수 없을 거야' 하고 감탄한다. 풍이의 오묘한 반짝임이라든가,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은 싫어하지만 하늘소도 얇은 다리에 펑키한 색깔과 무늬가 멋지다. 중베짱이와 사마귀의 얼굴도 애교가 있다."


와 같은 저자만의 시선과 표현을 읽을 때마다 웃음이 났다.


"생활을 파탄 내거나 가족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사는 건 인생의 즐거움이기도 할 테지"

자신의 취향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비싼 물건을 살 수도 있지만, 가족 간의 균형과 조화 역시 중요하다.



'이걸로 살아요' 책을 덮을 때쯤, 나는 무엇으로 살까? 내가 좋아하는 물건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며 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까지 꼭 이거여야 해! 나의 취향을 반영하는 물건은... 무레 요코보다 더 소소하다.


예를 들면 라벨은 포스트-잇만 쓰고, (다이소에서 포스트잇이 아닌 걸 썼다가 후드득 다 떨어지는 경험을 한 뒤로) 형광펜은 스틱형, 머리끈은 검은색 아니면 노란 고무줄만 쓰며, (마찰력이 좋아서 짱짱하면서 흘러내리지 않는다), 여름 샌들은 크록스만 신는다. ㅋㅋㅋ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고 보니 이걸 취향으로 할 수 있을까? 싶다. 대단한 취향도 아닌 듯!



그래서 특별히 애정을 갖고 쓰는 물건이 있는지 다시 한번 집 안을 둘러보다가, 하나 발견한 것이 있었으니-폴란드 브랜드 에말코의 캠핑그릇이자 에나멜 법랑 냄비!


짙은 노란색과 네이비 컬러 배색인 900ml의 자그마한 법랑 냄비로 강철 위에 유약을 입혀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오래 쓸 수 있는 안전한 친환경 소재라는 것도 좋지만, 특히 냄비의 일러스트와 "wisdom" 지혜라는 단어가 무척 마음에 든다!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지혜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하게 되는, 아끼는 냄비다. 집에 주전자는 따로 없다. 이 법랑 냄비에 커피 물을 끓이거나 1인분 분량의 국을 데울 때 쓰고 있다.



'이걸로 살아요' 나이가 들수록 아무거나 쓰지 말고, 나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고,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물건과 인연을 맺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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