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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똥이라고!
구스티 지음, 사과나무 옮김 / 바나나북 / 2020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만 봐도 요즘 응가 누고 물 내리면서 내려가는 똥 보며 "잘 가"라고 인사하는 5살 아이가 흥미를 가질 주제이다. "똥"
똥에 관한 그림책은 많은데 이 책은 어떤 주제를 담고 있을까?
로라는 강아지 토리가 정원에 눈 똥을 발견하고 신이 났다. 재빠르게 날아가 똥 꼭대기에 "이 똥 내 거"라고 깃발을 꽂는다.행동이 느린 피오나는 깃발은 못 꽂았지만 똥 아래에서 이 똥은 원래 내 거라고 우기고, 로라는 내가 먼저 발견했으니 내 거라고 소리친다.
서로 이 똥은 내 거라고 똥 싸움이 시작되는데!
정말 똥을 마구 튀기며 싸운다.
그림책이지만 "으~~" 하는 아이의 반응이 재미있다.
똥으로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 그림의 표현이 풍부해서 내가 봐도 흥미로웠다.
날개에 슬쩍 묻어 흐르는 똥이 왜 이리 ㅎㅎㅎ (으~~~)
싸우다 싸우다 끝나지 않는 똥 전쟁.
결국 똥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고 휴전을 한다.
하지만 서로를 믿을 수가 없으니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해가 떠서 다시 싸울 힘조차 없다.
그러면서 피오나가 한 생각
어? 이상하다. 어제는 몰랐는데 똥 반쪽도 꽤 크네
하루가 지나고 싸움에서 벗어나 똥을 보니 이렇게 큰 똥을 두고 (서로 나눠 갖고 싸우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밤새 싸웠다는 생각이 스치는,
그 순간! 정원에 나온 피터 아저씨가 똥을 밟는다.
크게 다친 두 똥파리들...
그 덕에 로라와 피오나는 서로 병원의 한 침대에 누워서 화해를 한다.
누워서 피오나가 들었던 생각을 시작으로 로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오늘 다시 보니 생각보다 똥이 엄청 컸다고.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나눠도 충분했다고.
혼자 다 차지하려고 욕심부리느라 서로에게 더 좋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똥을 먼저 던져서 미안하다고.
다음에 똥을 발견하면 이렇게 말하자고.
이 똥은 우리 거야!
그래 사이좋게 나눠서 같이 하자.
좋다 좋아!
싸우고 화해하고, 배려하는 로라와 피오나를 보면서 아이들은 싸우면서 배운다는 말이 생각났다.
갈등을 통해서 상대방의 입장을 다시 한번 헤아리게 되고, 싸움 보다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한 뼘 더 자라게 하고 성장하게 한다.
"똥"이라는 소재로 "화해"와 "배려" "나눔" 등의 귀한 가치를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전할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리얼한 똥 싸움의 표현에서 느껴지는 오감의 재미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