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는 강아지 - 제19회 MBC 창작동화대상 수상작 스콜라 어린이문고 19
김리하 지음, 이덕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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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린 시절에 보았던 동네의 유기견 딸랑이를 품어주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을 딸랑이에게 편지 쓰듯 쓴 동화책이라고 소개했다. 주인공 개의 이름은 '왕'이다. 왕 대접을 받으란 뜻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딸랑이를, 주인공 개의 이름을 '왕'라고 지었다고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개,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자기 자신의 주인 같은 삶을 살았으면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생명 그 자체의 존재를 존중하는 작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중 언어 칩을 이식하는 것조차, 필요 없으면 개를 유기해버리는 것과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발상이다. 개의 자연스럽게 살 권리를 앗아버린다. 동화책에 나오는 개들은 짓지 못하고, (짓으면 바로 강제 성대 수술을 시키기에 ) 주인답게 살지 못한다. 다시 버려지지 않기 위해 헌신을 다해 일하며, 그런 삶이 낫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왕이다. 그래도 왕을 아끼고 사랑하는 수정이가 있다.

버려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인간 대 인간으로 헤어지는 것도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인데 일방적으로 버려진다 면을 상상하니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다.

 

윤석남 작가의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작품이 생각났다. 유기견 1025마리를 돌보는 이애신 할머니의 기사를 보고 작가는 너무나 놀랐다고 한다. 버려진 개 1025마리도 놀라웠지만, 그 1025마리의 개를 돌보는 할머니도 놀라웠다고. 누군가는 생명을 함부로 버리지만, 또 세상에 누군가는 그 버려진 생명을 다 거두어서 보살핀다. 감동적이다.

윤석남 작가는 그 기사를 보자마자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고 완성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중 1년은 1025마리 드로잉 작업만 했다고 한다. 하나하나 그리고 작업하면서 작가도 생명에 사랑과 보살핌의 에너지를 담았으리라 생각된다.

유기된 개들. 몇몇 개는 가슴에 몸에 뚫린 것처럼 표현했는데, 뚫는 작업을 하면서 본인이 아픈 것 같아서 더 많이 표현하지는 못했다 한다. 그 말하는 눈빛에서 유기된 개들의 상처에 작가의 진심 어린 공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이 자기 고유의 모습을 버리고 억지로 다른 모습으로 바꿔 산다는 것은 불행일 수밖에 없다.

빨래하는 강아지 115p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버린다는 것 자체. 그것은 버리는 생명도 버려지는 생명도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다. 불행한 일이다.

생명의 소중함은 물론,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귀한 동화책이었다. 잘 두었다가 아이에게 전해줘야겠다.

사실 책이 도착한 날 아이에게 너에게 선물 온 책이라고 했더니 참 좋아했다. 글 밥이 있어서 생략해가며 대략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키우는 강아지를 버리면 안 되는 것,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 누구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 4살 아이도 다 이해했다. 어른으로서 다시 한번 생명과 존재함에 대해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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