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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의 시대유감 - 나는 고발한다, 당신의 뻔한 생각을
정영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날카로운 시선? 조금은 꼬인 생각? 저자는 결혼, 성 상품화, 아이돌 조공, 플라스틱 사용 금지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피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개진한다. 어떻게 보면 다소 시니컬한 입장으로 모든 주제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모두가 반길 만한 의견은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분명히 존재하는 이 책의 작가는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채널인 삼프로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하는 MC이자, 이외에도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영진씨다.
저자는 인간이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동물과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저 남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심지어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면 잘못된 거라고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책을 읽으면서 절대로 동의되지 않았던 부분, 사실 비동의 이상으로 '뜨악'했던 멘트는 아래의 내용이다. '여성 인권이 높았으면 더 좋은 생리통 약이 나왔을까'를 주제로 다룬 장에서 발췌했다.
"시간이 난다면 생리의 존재 의의를 한 번쯤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다. 진화론적 해석 중에 생리통은 '현대 여성의 병'이라는 관점도 있다. 즉, 생리는 원래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인데, 첫 출산이 점점 늦어지고 있고 낳더라도 한두 명의 아이만 낳기 때문에 생리통이 극대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연적인 몸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겼다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10대 중반 즈음 가임기가 시작되면 첫아이를 낳고 거의 폐경에 가까울 때까지 출산과 수유를 반복했기 때문에 생리통을 겪을 기간이 거의 없었다(열 명씩 낳던 과거가 좋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물론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졌으니 여성의 몸도 그에 맞게 다시 적응하면 좋겠지만, 인간의 몸은 1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영양 상태에 따른 체격과 체력 차이만 생겨났을 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이 과도기일지도 모르고, 수천, 수만 년이 지나면 생리통은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정 생리통도 싫고 임신도 싫다면 미레나라는 피임기구를 사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미레나는 T자 모양의 루프와 비슷한 피임기구로, 질 내부에 장착하면 호르몬을 자궁 쪽으로 조금씩 보내면서 생리를 거의 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일부 부작용도 있고 효과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머리 치료제보다는 성공률도 높고 부작용도 낮으니 생리통에 몸서리치고 출산 계획이 없는 여성이라면 강력 추천한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 생리통 약이 일찍 개발되지 않았던 것은, 신약 개발자들이 생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나오나보다. 저자는 이에 대해 그렇다면 탈모약은 일찌감치 개발되었어야 하는데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반문하면서, 생리통은 어쩌면 현대 사회의 문제이며 과거의 인류가 10대 후반부터 4명 이상의 자녀를 낳을 시기에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생리통의 아픔을 느낄 새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에 대해 불평할 거면 차라리 미레나라는 피임기구를 사용하라고 말하는데, 읽는 내내 한 문장 한 문장에 화가 치밀었다.
소설에서의 내용이 지나치게 감성적이라고 비판하는 이 글 역시 지나치게 편파적이고 감성적이었다. '도서'라는 출판물의 형태로 자신의 의견이 공식적으로 나갈 때는 적어도 책임감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과연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대로 '골똘히 고민해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내가 스스로 고민한' 생각인지 반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