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에서 줍는 과학 - 한 세기를 걸어온 생물학자 김준민, 생명과 자연을 관(觀)하다
김준민 지음 / 지성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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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제목에서 들풀과 과학의 어색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상식적이며 재미있다.
참나무와 소나무,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대표종인 두 나무,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등장할 정도로 우리민족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강력한 라이벌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참나무란다. 어라? 그런데 참나무는 어떻게 생긴거지, 흔히 들어본 이름이나 실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음을 새삼 느낀다.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 종류를 참나무라고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밤나무가 그 사촌쯤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니, '진짜'를 의미하는 참나무란 딱 한 종의 정해진 나무가 아니었던 것,
그래도 어린시절 시골 구석에서 자연을 벗삼으며 자랐다는 사람이 이정도라면 요즘 크는 어린이나 젊은층에겐 소나무나 참나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작 우리 것이면서 대수롭지 않게 취급되고 잊혀져 가는 것들, 그 하찮음에서 우리들이 오해하고 무지했던 뒷산의 나무와 풀등의 식물 생태계를 보는 호기심어린 관찰자의 눈으로 만들어 준다.

 

가깝지만 모르던 것들
말없이 우리의 생태계를 보전해 주고 있는 고마운 식물들, 그들 중엔 우리 눈에 친숙하고 쉽게 띄이는 것들도 있지만 지의류처럼 식물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바위틈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한 생명력을 유지하며 수십, 수백년의 세월을 조금씩 성장해 간다는 이 원초적 식물도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낸 공해엔 무척 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오염이 심한 곳엔 볼 수 없는데 최근 서울 근교의 산등에서도 자취를 감추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등 환경의 표지역할도 하고 있다고 한다.

 

상식적인 그러나 간과하기 쉬운

지구온난화가 이슈다.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등은 동전의 양면처럼 필연적인 것으로 점차 우리의 목을 죄어올 아킬레스건처럼 두렵게 다가온다. 그 지구온난화로 생태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가. 미래를 알고 싶으면 현재의 모습을 알고 기억해 두어야 한다. 식물들의 생활과 환경이 무엇에 지배당하는지 살펴보고 온난화를 통해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지를 살펴보는 장은 일반적인 비관론에 비해 관대한 관점을 갖고 있다. 다소 의아하긴 했지만 식물과 생태계의 강한 생존력을 믿는 저자의 독특한 철학인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비관이 과도한 두려움을 유발하고 미래성장을 방해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치우친 사고 보단 열린 사고를 강조한 듯 하다. 그렇다 해도 생태계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낙관은 아직 이르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물론 저자의 주장처럼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인간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아직 없다고 하지만 최악의 가능성을 상정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건 인류에겐 늘 필요한 일이 아니었을까


식물의 삶, 환경, 생활

생태학자로서 수십년간의 관찰과 연구를 토대로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는 식물생태계의 다양성과 강인한 생명력은 참 아름다운 형태로 보여진다. 흥미롭게도 가시고시, 반달곰, 아카시아나무등에 대한 오해와 그 진술에서 처럼 쉽게 판단하고 지나칠 문제들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다른 관점을 제시해 준다. 과학은 단순히 하나의 설명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근원적 고찰이다.

흔히 신문기사나 뉴스에 나오는 생태계, 환경기사들도 다시 보기를 통해 과학적 관점을 통해 수용해야 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어느새 우리의 산들에서 숲이 우거지고 새들도 더 많아졌음을 피부로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그것들에 무관심하다면 언젠가는 그 무관심에 대한 복수를 당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참신하다.
청소년 추천도서라면 청소년들만 읽어야 할 것 같지만 성인인 나도 즐겨 찾는다. 도서관에라도 갈라치면 그 목록들을 유심히 살피는데 과학기술 분야에서 이 책을 찾을 수 있다. 내용이 비교적 쉬우면서도 유익할 것은 두 말 할 것 없겠지만 의외로 참신한 면까지 갖추었다. 리처드 도킨슨, 사이먼 싱, 스티븐 제이 굴드, 칼 세이건등 내노라 하는 외국 스타 작가들이 포진해 있는 대중과학서들에 맛들려 있다 보니 그네들의 논리에 맞는 것 만이 중요한 과학이라고 착각하기가 쉽다. 그런 거대 담론 속에서 이토록 소박한 우리네 생태계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건 퍽 신선하고도 유쾌한 경험이었다. 우주가 10차원인지 11차원인지, 캄브리아기의 생태계가 어떻했는지등 우리 세계와 동떨어진 차원을 논하다가 눈길만 돌리면 바로 접할 수 있는 우리네 식물과 생태계에 관한 보고는 상식적인 수준의 지식도 갖추지 못한 채 높은 수준만을 원하는 자신을 반성하게 만든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과학 1세대인 저자에 대해 이 글을 읽어 나가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학은 우리에겐 이제 겨우 시작과 정착단계임을 파악할 수 있었고 읽는 내내 재미와 모르던 사실들을 새삼 알아가는 즐거움으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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