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푸른도서관 52
이규희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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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가 겪은 역사의 아픔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요? 우리가 조선 시대에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을 겪었지만 단지 역사책에서만 보고 듣는것이 전부일뿐이라서 그 아픔을 느끼기는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행한 수많은 악행들은 지금도 그 시기를 살아오신 많은 분들의 증언과 기록에 의해 생생하게 보고 들을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분들의 이야기에 얼마나 함께 아파하며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일제시대를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책도 잘 안보려고 하는 편이예요. 원래부터 싸우거나 피를 보는 이야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그 시대의 이야기는 유난히 더 가슴이 무거워짐을 느껴서 마음이 불편하더라구요. 이번에  만난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역시 전쟁의 이미지가 담긴 표지를 보는것만으로도 가슴이 갑갑해져 옴을 느꼈었는데, 거기에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라 처음엔 책을 펼치기가 많이 망설여졌어요. 그래도 언젠가는 우리 아이가 제대로 알아야 할 역사일뿐만 아니라 아이가 읽기 전에 제가 어떤 내용인지 한번 보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용기를 내어 읽게 되었답니다.

 

'푸른책들'에서 만난'푸른도서관' 시리즈 52번째 이야기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는 꽃 엄마, 황금주 할머니의 삶을 담은 가슴 아픈 이야기랍니다. 황금주 할머니가 빚을 갚기 위해 고향을 떠나 양딸로 들어간 어릴적 사연부터, 일본군수 공장에 공출된다는 명목으로 중국에 끌려가 위안부가 된 후 4년만에 빠져나올 수 있었던 이야기, 전쟁 고아들을 데려와 자식처럼 키우면서 한 식구로 살아간 이야기, 그리고 또래의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에 힘을 내어 세상 밖으로 나와 위안부 할머니로 새롭게 살아간 이야기, 그리고 이젠 치매에 걸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 이렇게 역사의 한 증인으로 살아온 황금주 할머니의 아픈 사연을 이웃으로 이사오게 된 초등학생 은비가 우리에게 들려주면서 동시에 자신이 받은 마음의 상처도 조금씩 치유하게 된답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고향 한번 찾아가지 못하고 평생 가슴에 상처를 담고 살아온 황금주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면서,책의 제목처럼 시간의 뒤안길로 하나씩 사라져 나중에는 빈 모래시계만 남아버릴 날이 다가올거라는 사실이 걱정스러웠어요.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전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아픔을 지금 이순간 가슴속에 새겨보며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네요.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는 일본의 나시노키샤 출판사에서 일본어판으로도 출시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일본으로부터 고개숙인 사과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많이 읽혀져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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