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가 나에게 툭툭 말을 건넨다 - 고딩을 위한 발칙하고 유쾌한 문학 수업
장인수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7월
평점 :

내 머릿속에 '시' 라는 개념은 수학능력평가 시험을 위해 언어영역의 문학 갈래에 한 장르라는 생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해져 있는 시인의 의도와 주제 그리고 시구들을 반복적으로 외우고 학습한다. 얼마나 많은 문학작품을 '사전에', '미리' 공부했느냐가 시험의 주된 핵심이었다.
시험문제를 풀기위해 공부했던 '시 문학'은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는 문학으로서의 역할을 잃어갔다. 생각만 떠올리더라도 지겹고 귀찮은 '일' 중에 하나가 되어버렸다.
이 책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시 문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수법을 소개한다.
저자의 교수법에 내가 굳이 이름을 붙여준다면 '괄호수업'이라고 칭하고 싶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시 문학'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방법보다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질문이 있는 교실의 모습이다.
어떤 사실이나 정보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반복 학습도 물론 중요하지만, 평생의 기억을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이 담긴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질문이 없는 교실은 시험문제를 잘 풀기위한 학생들이 길러지지, 사고력/창의력을 가진 인재들이 길러지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질문을 할 줄 모르는 벙어리로 만들어 버리는 학교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발전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교육현장에서 질문중심의 수업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번째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학습력 차이이다. 같은 반에도 다양한 학생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수업을 이해하는 이해도와 교사의 교수법에 따른 습득력이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평균적인 수업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면, 그 기준점이 너무나 모호할 수 있다.
두번째는 수업을 준비해야할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이다. 학교라는 조직에는 각 분야별 '부장'이라는 직무가 존재한다. 어떤 부서의 부장을 맡느냐에 따라 일년의 행정업무량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다시말하면, 행정업무에 시간을 쏟아부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그만큼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준비할 시간을 빼앗기고, 질문이 있는 교실을 준비하기가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
세번째는 수능시험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해야하는 교육시스템의 한계이다. 시험문제를 잘 풀어내는 학생을 길러내야하는 교육현장에서는 문제풀이 이외에 모든 활동은 '사치'로 여겨질 뿐이다. 학생들 또한 조급한 마음이 있기에, 색다른 시도에 대해 곱지많은 않은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위의 3가지로 언급한 제약사항에도 불구하고 '시 문학'의 질문있는 교실을 만들고 시도한 저자의 노력은 단순히 개인의 성실함을 넘어서 '시 문학'의 진짜 맛을 전하고 싶은 애정이 느껴진다.